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중관계의 안정적 발전과 대북 공조 강화를 역설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방중을 둘러싼 국내외의 논란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신중한 모습이었다.
8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김영호 의원 등 더민주 소속 초선의원 5명은 곧바로 오후에 좌담회가 예정된 베이징대학으로 향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의도적인 남남갈등 조장이나 국내 정치권에서의 논란 등을 감안해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듯했다. 박정 의원은 오후에 따로 도착했다. 의원들은 베이징대 도착 직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방문했던 정대국제센터를 찾은 뒤 좌담회 준비에 들어갔다.
첫 공식일정인 베이징대 교수진과의 좌담회는 중국 측의 요청에 따라 처음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한중관계의 지속적ㆍ안정적 발전의 중요성과 함께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대북 공조 강화를 주문한 뒤 “사드 배치 논란의 근본 원인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당국이 배전의 노력을 해달라”(김병욱 의원)고 촉구했다.
의원들은 또 최근 중국 언론들이 반한 감정을 유발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우호적인 한중관계의 유지ㆍ발전을 위한 중국 내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장샤오밍(張小明)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등 중국 측 참석자들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중국 측에선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양국 정부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간 오해와 갈등 해소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등을 제안했다. 또 한중 양국 언론이 과도한 논란을 부추겨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핵 위협에 따른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이해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중국의 핵심안보이익 훼손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영호 의원은 “중국 측에서 사드 배치 결정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양국 정부간 소통 부재를 지적한 것은 향후 우호ㆍ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만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의원들은 김장수 주중 대사와의 면담을 고려하다 사드 찬반 논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면담 추진 여부를 두고 의견을 교환하다가 일정을 잡지 않기로 했다”면서 “사실 대사관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 소식을 신속히 전하는 등 관심을 보였지만, 내달 초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의식한 듯 압박의 강도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모습이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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