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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유방암 빛에 가린 전이성 유방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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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유방암 빛에 가린 전이성 유방암의 그늘

입력
2016.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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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검진을 위한 유방촬영술을 시행하는 모습. 유방촬영은 만져지지 않는 유방암을 발견하는 가장 보편적인 검사법으로 촬영기 내에 한 쪽 유방씩 차례대로 놓고 위아래 방향과 내외 방향으로 2번씩 촬영한다. 제일병원 제공
유방암 검진을 위한 유방촬영술을 시행하는 모습. 유방촬영은 만져지지 않는 유방암을 발견하는 가장 보편적인 검사법으로 촬영기 내에 한 쪽 유방씩 차례대로 놓고 위아래 방향과 내외 방향으로 2번씩 촬영한다. 제일병원 제공
유방 전용 감마카메라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더 많은 방사선 약품을 흡수하는 특성을 활용해 조직을 떼내지 않고도 미세 암까지 찾아내는 검사법이다. 제일병원 제공
유방 전용 감마카메라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더 많은 방사선 약품을 흡수하는 특성을 활용해 조직을 떼내지 않고도 미세 암까지 찾아내는 검사법이다. 제일병원 제공

# A(36)씨는 최근 집과 자동차를 모두 팔기로 했다. 전이성 유방암(말기 유방암)에 걸린 아내(31)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서다. 처음엔 아내의 유방암을 별 일 아니라고 치부했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본 유방암 생존자들은 ‘유방암은 극복할 수 있는 암’이라고 희망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에게 허락된 최선의 치료는 극복이 아닌 가족들과 함께 할 기간 연장뿐이었다. A씨는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지만 기존 유방암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를 택했다. 첫 진료 시 800만원, 3주 간격 400만원.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만큼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포기하지 않는다. 경제적 이유로 6살 난 딸과 아내와 함께 꾸려온 가족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게시판에는 유방암 신약의 보험급여를 요청하는 전이선 유방암 환자 가족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150건이 넘었고, 급여화 요구 서명에도 1,000명 넘게 동참했다.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 대비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신약에 보험급여를 해달라는 것이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은 “1ㆍ2기 유방암은 치료법이 많고 예후가 좋아 로또나 다름없다고 환자들을 위로하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보험급여가 안 돼 비싼 치료제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소외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유방암은 암 가운데 진행이 느려 ‘착한 암’으로 불린다. 하지만 다른 암과 달리 완치 기준으로 여기는 5년이 지나도 재발이 잦다. 다행히 한국유방암학회 주도로 지난 2005년 핑크리본 캠페인이 시작된 이래 유방암의 조기 검진과 환자권익보호 인식이 좋아졌다.

우리나라는 유방촬영기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5배 이상(2014년 기준) 보유하게 됐다. 2014년에는 정부의 유방 건강검진 대상자의 66%가 검진에 참가했다. 2015년 4월 정부가 유방재건술 비용 절반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줬다.

하지만 전이성 유방암은 철저히 소외됐다.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뼈ㆍ폐 등 다른 장기로 전이돼 완치가 어려운 ‘4기 유방암’이다. 전이선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22%로 조기 유방암(1기: 100%, 2기: 93%)보다 크게 떨어진다(미국암학회 2014년).

국내 유방암 환자 가운데 전이성 유방암으로 최초 진단을 받은 여성은 5% 미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초기 진단해 치료 받은 여성의 40%가 전이성 유방암으로 악화했다. 조기 치료하더라도, 5년이나 10년, 15년 뒤 전이성 유방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유방암 사망률이 연 2%씩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2.5%씩 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비교적 이른 나이인 평균 48세에 발병해 오랫동안 치료하면서 합병증까지 생겨 치료비가 늘고, 자녀 양육 등을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이 맡게 된다.

“보험급여 전이성 유방암약 4개뿐”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항암화학요법이 널리 쓰인다. 하지만 이 요법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등 부작용과 독성 문제가 왔다. 대표적 부작용은 구토, 전신쇠약, 탈모 등이다. 항암제 투여로 인해 무월경과 폐경이 되고, 골수기능이 억제돼 적혈구, 백혈구 수도 줄어든다.

다행히 최근 종양의 무(無)진행 생존기간을 늘리고 부작용을 줄인 표적치료제 신약이 나왔다. HER2(인간상피증식인자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트라스트주맙), 퍼제타(퍼투주맙)가 출시됐으며,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팔보시클립도 연내 국내 허가될 전망이다. 팔보시클립은 기존 호르몬억제제(레트로졸)과 병용 시 무진행 생존기간을 레트로졸 단독 요법 10.2개월을 2배 가량(20.2개월) 늘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돼 신속 승인을 받았다. 허셉틴, 퍼제타는 국제 유방암 진료 가이드라인(NCCN, ASCO)에서 도세탁셀과 함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제로 권고됐다.

특히 퍼제타와 허셉틴, 도세탁셀 3가지 약을 병용요법하면 기존 허셉틴, 도세탁셀의 2가지 약의 병용요법보다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6.1개월 늘려 18.5개월의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또한 최종 전체 생존기간도 퍼제타, 허셉틴, 도세탁셀 병용요법 시 56.5개월로, 허셉틴, 도세탁셀 병용요법(40.8개월)보다 15.7개월 늘렸다.

문제는 건강보험 급여적용 여부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의 경우 2007~2015년에 모두 9개가 승인 받았지만 보험급여는 4개만 됐다. 신약 허가 후 보험에 등재되는 데에도 평균 20개월이나 걸린다. 일본(70일), 미국(180일), 프랑스(280일) 등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한세환 한국유방암학회 회장은 “새로운 혁신 치료제와 진단 검사방식 채택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결과적으로 많은 유방암 환자가 경제 문제로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경은 이대여성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에 쓸 수 있는 약이 많다고 하지만 조기 유방암에만 해당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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