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
1981년 연예계 은퇴 후 은둔생활
롯데 6000억원대 탈세 혐의 관련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며 이목
지배구조 정점 일본 롯데홀딩스
신동빈 회장보다 보유 지분 많아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그 동안 은둔의 삶을 살아온 서미경(57)씨와 그의 딸 신유미(33)씨가 6,000억원대의 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며 35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씨 모녀가 한ㆍ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4%)보다 많은 3.1%나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며 향후 후계 구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2006~2010년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절반씩 넘겼다. 서씨 모녀가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1.6%)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4%), 신 총괄회장(0.4%)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주총 등을 통해 세 차례나 표 대결을 벌일 정도로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경영권의 향배를 좌우하는 핵심 회사다. 물론 서씨 모녀 지분이 신 회장보다 많아도 광윤사(28.1%)와 종업원지주회(27.8%) 등 우호지분이 중요한 만큼 서씨 모녀가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롯데그룹 설명이다.
서씨 모녀는 그 동안 롯데그룹에선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문율이었다. 그룹 내에서도 얼굴을 봤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예순이 넘어 본 막내딸 신씨를 각별히 아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 롯데’ 출신으로 연예계 활동을 하다 1981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 서씨는 2년 후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신씨를 낳았다. 신씨는 88년 신 회장의 호적에 올랐다. 2007년에는 세븐일레븐에 상품을 공급하는 롯데후레쉬델리카 주식 9.31%(이후 롯데푸드에 흡수합병되면서 지분은 0.33%로 낮아짐)를 매입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2010년에는 호텔롯데 고문이 됐다. 서씨 모녀가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2013년이다. 롯데시네마 내 매점 운영사인 유원실업(서씨 모녀가 지분 100% 소유)과 신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결국 롯데그룹이 롯데시네마 내 매점 사업을 직영으로 돌리면서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은 해당 사업을 접었다.
신 총괄회장이 딸들에게 챙겨준 알짜수익 사업에선 손을 뗄 수 밖에 없었지만 서씨 모녀는 여전히 롯데백화점 내 냉면집과 롯데리아 등 식당 20여곳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이사장 쪽은 다 정리했지만 서씨 모녀가 운영 중인 식당은 마지막까지 건들지 못했다”며 “윗선의 지시 없이 담당자가 처리하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씨 모녀는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도 각각 0.1%, 0.09%씩 갖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