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질공원 경관훼손 논란
제주도, “도민들에게 죄송”
자연친화적으로 시설 보완
제주도가 경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 용머리해안 철제 교량(본보 2일자 10면)을 철거하는 대신 주변 환경과 어울릴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으로 개선한다고 8일 밝혔다.
서귀포시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제526호)로 지정된 용머리해안에 5억7,000만원을 들여 폭 2.8m, 길이 28m의 철제 콘크리트 교량을 지난 6월말 완공했다.
철제 교량은 지난 2014년 11월 용머리해안 관람로를 걸어가던 관광객이 부상을 입는 낙석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구간이 안전문제로 통제되자, 이 구간을 우회하기 위해 바다를 가로질러 해안 암벽 위에 설치됐다.
하지만 철제 구조물과 콘크리트 등으로 시설된 해당 교량이 용머리해안 절경과는 어울리지 않아 자연경관 훼손 논란을 빚으면서 행정편의주적이고 근시안적인 판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4일 제주도 문화재위원회 기념물분과위원과 건축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철거까지도 고려한 전문가 자문을 실시했다.
자문 결과 신설 교량은 경관조망 방해, 주변경관과 색상 부조화로 인한 문제가 존재하지만, 관광객이 용머리해안을 더욱 가깝게 접할 수 있도록 철거 보다는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자연친화적 교량으로 보완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전문가들은 관람장소에서 보이는 수평선과 용머리해안 절벽 응회암의 가로무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교량 상판 제주석을 주변경관에 맞게 가로배열로 조정토록 했다. 또 교량 하단부 지지대 색상을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응회암과 같은 색상의 계열로 재배치하라고 제시했다. 또한 주변경관의 조망을 방해하는 교량 철제 손잡이 난간을 철거하고, 제주석은 가능한 오돌토돌한 자연질감의 소형 판석으로 주변과 조화롭게 재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이 같은 자문결과와 별도로 문화재청 중앙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추가로 받아 빠른 시일내 교량 시설을 보완키로 했다.
김홍두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미래비전 핵심가치인 청정과 공존에 적합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도민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문화재 관련 업무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원칙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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