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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빠진 프로복서 한림대 신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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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빠진 프로복서 한림대 신재혁

입력
2016.08.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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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신인왕전 미들급에서 우승한 뒤 철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한림대 인문학부 신재혁(20)씨. 한림대 제공
프로복싱 신인왕전 미들급에서 우승한 뒤 철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한림대 인문학부 신재혁(20)씨. 한림대 제공

“신인왕전에서 우승한 현역 프로복서라고 해 놀랐고, 직접 만나보니 철학 지식의 깊이가 프로급이라 또 놀랐습니다.”

강원 춘천시 한림대 인문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신재혁(20)씨에 대한 대학 친구들의 반응이다. 신씨는 지난 5월 한국권투위원회가 주관한 신인왕전 미들급에서 우승한 현역 프로복서다.

그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복싱 글러브를 처음 낀 지 얼마 되지 않아 출전한 2011년 전국 생활체전에서 3위에 입상해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래 선수들보다 늦은 중학교 3학년 때 복싱을 시작했음에도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발전하는 유망주였다. 서울 휘봉고 재학시절인 2014년에는 전국체전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해 10월 프로에 데뷔한 후 경쾌한 발놀림과 왼쪽 복부 공격이 일품이라는 복싱계의 찬사를 받더니 결국 올해 5월 열린 신인왕전에서 큰일을 냈다.

하지만 복서 신씨는 철학도의 길을 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에 맘껏 빠져보고 싶은 이유에서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신인왕전 우승자의 인문학부 진학을 특이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신 씨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부모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한 그는 “고교 시절 논어와 맹자 같은 동양철학과 병법, 역사서적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철학과 마주한 첫 기억을 떠올렸다. “공자의 논어를 처음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를 못 했어요. 그래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다 보니 의미를 조금씩 깨닫고, 동양철학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동양사상에 심취한 신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관련 강의와 세미나가 열리는 인사동 등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준비된 철학도였던 셈이다.

그는 “복싱 실력을 키우는 데도 철학이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게임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절제하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철학은 고마운 존재라는 게 신씨의 얘기다.

“매일매일 철학 강의를 듣고 책을 읽을 수 있어 대학생활이 행복하다”는 신씨의 목표는 “운동과 공부 모두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목표는 올해 안으로 프로복싱 한국챔피언에 도전하는 것이다. 대학졸업 후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 경호실에서 일하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 “철학을 알게 된 이후 제 인생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철학 책은 제 인생과 함께할 겁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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