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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꽃’ 석현준, 리우서 만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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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꽃’ 석현준, 리우서 만개할까

입력
2016.08.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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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설·부상 악재 이겨내고 두 경기 연속 골

한국 축구대표팀의 석현준 8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축구대표팀의 석현준 8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석현준(25·FC포르투)은 다소 늦게 핀 꽃이다. 지난 2010년 1월 ‘축구 유망주의 산실’로 불리는 네덜란드 아약스와 계약하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꾸준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방출 당했다. 이후 네덜란드,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등을 전전하며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가다 지난해 1월 포르투갈 리그 비토리아 세투발로 옮긴 뒤 맹활약을 펼치면서 다시 주목 받았다. 결국 올해 초 포르투갈 명문 FC포르투에 입단하며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좋은 날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유럽 현지에선 이적설까지 나왔다. 소속팀 FC포르투는 석현준을 터키 프로축구 쉬페르리그 트라브존스포르로 임대 이적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타지에서 임대 소식을 들은 석현준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난달 25일엔 이라크와 비공개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거친 플레이 때문에 늑골을 다치기도 했다.

석현준은 이런 최악의 주변 환경 속에서도 펄펄 날았다. 석현준은 8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C조 2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2-2로 맞선 후반 42분 천금 같은 역전 골을 터뜨렸다. 대표팀이 종료 직전 추가 실점해 아쉽게 3-3으로 비겼으나 석현준의 한 방은 강렬했다. 피지전 두 골에 이은 두 경기 연속 골이었다.

석현준은 올림픽 대표팀에 우여곡절 끝에 합류했다. 신태용 감독은 당초 수비 강화를 위해 홍정호를 와일드카드로 뽑으려 했지만, 그의 전 소속팀인 아우크스부르크가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석현준 8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축구대표팀의 석현준 8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결국 신 감독은 방향을 틀어 석현준을 뽑았다. 올림픽 대표팀 선발을 간절하게 바랐던 석현준은 일찌감치 귀국해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다른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동안, 파주NFC와 수원 삼성에서 묵묵히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결전의 땅 브라질에 온 석현준은 평가전 부상, 이적설 등 여러 가지 암초를 만났지만 차분히 극복해 갔다. 그는 1차전 피지와의 경기에 교체 출전해 몸 상태를 확인하고 골 감각을 끌어올렸다. 독일전에서도 후반 교체 출전해 후반 42분 이슬찬(21·전남)의 오른쪽 땅볼 크로스를 침착히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3-2를 들었다. 많은 국민들의 새벽잠을 깨운 골이었다. 비록 올림픽 대표팀은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석현준의 골이 아니었다면 1승 1무가 아닌 1승 1패가 돼 8강 진출 과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었다.

‘맏형’ 석현준의 활약 속에 대표팀은 오는 11일 열릴 멕시코와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갈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석현준은 경기 후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마지막에 골 먹은 게 아쉽지만 경험으로 생각하고 다음 경기 준비하겠다"며 "라커룸에서도 동료들과 다음 경기 준비를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두 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한 데 대해서는 "대회 직전 훈련을 제대로 못 하고 부상 뒤에 일주일 정도 쉬어서 몸 상태나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다"면서 "아쉽지만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니 뒤에서 동료들을 지원해 주는 것이 낫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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