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자들이 정년보다 최대 8년 먼저 직장을 그만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인식에, 재교육 등 정년 보장을 위한 제도는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6~7월 제조업 금융업 공공기관 등 100인 이상 272개 업체의 인사담당 관리자를 설문,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과 은행 등 대부분 업종의 노동자들이 정년보다 일찍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중 정년과 실제 퇴직연령간 차이가 가장 큰 업종은 석유화학 업종이었다. 석유화학 사무직의 정년연령은 58.3세인데 비해 실제 퇴직연령은 50세였고, 생산직도 정년(58.4세)에 비해 실제 퇴직연령이 0.4세 정도 어렸다. 조선업 사무직의 경우 7년(정년 57.6세→퇴직 50.6세), 생산직의 경우 2년(정년은 57.7세→퇴직 55.8세)의 차이가 발생했다. 기계 업종의 사무직 퇴직 연령(57.3세) 역시 정년(58.2세)에 비해 1년 가까이 어렸다. 금융업의 경우도 은행은 정년(58.3세)보다 2.8년, 보험은 정년(56.9세)보다 3년 이상 이른 시점에 회사를 그만뒀다.
반면 법정 정년을 준수하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인력난으로 숙련노동자를 계속 고용해야 하는 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은 정년이 보장됐다.
보고서는 이른 퇴직의 원인으로 생산성 하락과 고령 인력에 대한 인사관리 부족을 꼽았다. 금융업 인사담당자들은 35세 전후 노동자의 생산성이 임금에 비해 높거나 같다(100%)고 응답했지만, 55세 이상의 생산성은 임금보다 떨어진다(52.5%)고 응답했다. 제조업의 경우에도 55세 이상 노동자들은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높다(47%)고 인식됐다. 고령자 대상 직무교육훈련(18%), 고령자 적합직무 개발(15.8%) 등 정년보장을 위한 제도 운영은 소수 기업에 그쳤다. 대신 희망ㆍ조기퇴직 제도는 40% 이상의 기업이 활용하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이호창 노사발전재단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고령 인력의 재교육, 체력 부담이 적은 업무로의 전환 배치 등이 선행돼야 현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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