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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기술 나올지 모르는데 정부가 연구과제 정할 수 있나”

입력
2016.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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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국가미래연구원, 좋은정책포럼이 공동기획한 릴레이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의 아홉 번째 주제는 기술혁신입니다. 국가미래연구원에선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송종국 원장이, 좋은정책포럼에선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경제추격연구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선 왜 혁신적 기술이 탄생하기 힘든지가 토론의 쟁점이었습니다.

토론= 송종국 과학기술연구원장, 이근 서울대 교수

사회= 이성철 부국장

송종국 과학기술정책 연구원 원장(왼쪽)과 이근 서울대 교수가 한국일보에서 열린 '한국경제를 말한다' 릴레이대담에서 기술혁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 연구원 원장(왼쪽)과 이근 서울대 교수가 한국일보에서 열린 '한국경제를 말한다' 릴레이대담에서 기술혁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회= 한국경제는 지난 50년간 비약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 중심에 선진국들을 모방해 따라가는 추격전략, 즉 캐치업(catch-up) 전략이 있었고요. 하지만 이젠 캐치업만으론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역추격당하는 상황이 되었죠.

이근 교수= 캐치업은 쉽게 말해 격차를 줄인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수십년 동안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해 왔는데, 지금은 그 속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을 신속하게 추격할 수 있었던 건 그들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성장 전략을 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경제체제가 구축되면서 전략적 차별성을 잃게 됐어요. 추격 속도가 더딘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선진국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같은 전술을 쓰면서 덩치 큰 경쟁자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TV가 세계 1위 일본을 제칠 수 있었던 건,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했던 일본과 달리 디지털로 빨리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날로그방식을 따라 했다면 지금도 일본의 뒤에 머물러 있었겠지요. 이젠 모방에 기초한 캐치업 아닌 우리만의 차별화된 성장전략이 필요할 때입니다.

송종국 원장= 한국경제가 정체국면에 접어든 건 중국 요인이 아마도 가장 클 겁니다. 중국의 부상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엔 거의 쓰나미와 같은 것이죠.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양적 경쟁이나 캐치업 전략으론 힘들고, 결국 기술혁신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시기여서 기술혁신은 더욱 중요합니다.

정부, 공공적 영역서 R&D 추진해야

사회= 기술혁신을 위해선 정부가 할 일이 있고, 기업이 할 일이 있습니다만 먼저 정부 얘기를 좀 해보죠. 민간기업인이나 연구개발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의 R&D정책에 대해 불만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원이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거죠.

이근= 그럴 만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수행할 연구자를 뽑습니다. 쉽게 말해 과제를 던져주고 ‘이 과제 맡을 사람 손드세요’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미국은 반대입니다. 과학자들에게 ‘돈을 줄 테니 하고 싶은 과제가 무엇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연구비를 배급할 게 아니라, 과학자를 믿고 맡겨두는 쪽으로 접근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혁신적 연구도 가능해질 겁니다.

송종국= R&D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것과 기업이 해야 할 것을 좀 구분해야 합니다. 사실 민간기업들이 이미 잘 하고 있는 건 굳이 국가가 할 필요는 없거든요. 과거에 정부는 신성장동력이다, 차세대성장동력이다 해서 몇몇 기술들을 정해놓고 대대적 R&D 투자계획을 발표하곤 했는데, 그 중엔 국가가 주도하기엔 불필요한 것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정부 시절에 평면브라운관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이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제일 잘 알고, 제일 오랜동안 연구해온 기술 아닙니까. 이런 분야에 정부가 나서서 돈을 쏟아 부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다고 민간보다 잘 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이게 다 단기성과주의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공공적 영역에 좀 더 치중해야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나 이와 관련된 바이오 메디컬 산업 같은 거죠. 예컨대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대장암을 어떻게 예방하고 수술할지, 당뇨를 어떻게 관리하고 다룰지, 정부는 이런 쪽에 R&D를 집중해야 합니다. 청정에너지 기술개발 같은 것도 국가가 관심을 갖고 해야 하겠지요.

사회= 그런데 그런 기술을 정부가 개발하면 민간에서 상용화할 수는 있나요. 책임을 따지는 관료적인 풍토나 이런저런 보안문제 때문에 정부의 연구는 그냥 연구로 묻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송종국= 미국의 예를 보죠. 쌍방향 음성인식 프로그램인 시리(Siri)는 아이폰의 혁신적 기능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건 애플이 아니라 미국 국방부고등연구계획국(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었습니다. 미군이 전쟁터에서 총을 든 손으로 기기를 다루기 힘드니까 말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시리라는 회사가 그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나중에 애플이 이 회사를 인수한 겁니다. 요즘 주목 받는 무인자동차도 시작은 군사목적이었습니다. 전쟁터에서 미군 차량이 지뢰 등에 의해 공격을 받아 인명 손실이 크니까 지난 2004년 미 의회는 미군차량의 3분의1을 무인자동차로 전환하기로 하고 대규모 예산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이걸 나중에 구글이 받아 무인자동차로 발전시킨 거죠. 이처럼 외국엔 공공목적의 연구개발이 나중에 상용화되고, 국민 실생활에 요긴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송종국 원장
송종국 원장

사회=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는 확실히 정부와 민간이 R&D에서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송종국= 정부가 의뢰한 R&D가 상업화에 성공하려면 정부가 구매를 약속해줘야 합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초기시장을 형성해주는 거죠.

이근= 정부가 공공재혁신을 위해 직접 혁신 제품을 사주는 건 외국에선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런 걸 개발하면 정부가 사주겠다’고 미리 공표를 해서 기업들에게 예상 가능한 연구개발과 구매일정을 제시해 주는 것이지요.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벤처 창업에도 과감한 규제완화 필요

사회= 규제 문제를 얘기해보죠.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가 정부 규제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규제가 워낙 많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고도 혁신제품, 혁신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거죠.

이근= 지금 세계에선 ICT기술이 결합된 운송이나 공유경제관련 비즈니스가 새로운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사각지대가 되고 있지요. 예컨대 숙박공유(에어비앤비) 문제를 봅시다. 빈방 빌려주는 게 왜 숙박법규에 걸려야 하나요. 자기 집의 빈방을 1년, 2년 빌려주는 게 전세이고 월세잖아요. 그런데 며칠 빌려주는 숙박 공유는 위법이라고 합니다. 1년 빌려주는 건 되고, 며칠 빌려주는 건 왜 안 되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버택시도 마찬가지예요. 중국까지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젠 우리나라도 좀 더 과감한 규제 파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송종국= 1960~70년대 압축성장기에 대기업들에게 규제를 거의 다 풀어줬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파격적 기업지원을 통해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이뤄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창업지원입니다. 벤처 창업에 대해 과감하게 규제완화를 해야 20~30년 후에 결실을 볼 수 있습니다. 경쟁국들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원동력도 이젠 대기업 중심의 캐치업이 아니라, 창업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사회= 그게 바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론이었는데요. 하지만 처음엔 너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벤처창업을 육성한다면서 대기업 창조혁신센터를 거점으로 삼은 게 난센스란 지적도 있었고, 어쨌든 지금은 동력조차 잃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송종국= 개인적으론 다음 정부가 누가 되든 창조경제 정책은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러 논란도 있었지만 한국경제가 지금의 정체 국면을 극복하려면 벤처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아울러 창조경제가 작동하려면 더 이상 공무원들이 건건이 개입하고 미세 조정하려고 해선 안됩니다. 정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들이 벤처와 스타트업을 만들도록 간접적 지원만 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건 규제 혁신일 겁니다.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나머지는 다 불허하는 포지티브식 규제정책을 하루 빨리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근교수
이근교수

이근= 더 이상은 정부가 '이런 것을 지원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겁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엔 더더욱 그렇지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정부가 일일이 다 정합니까. 절대 못합니다. 제발 정부는 '이런 걸 해라'가 아니라 '원하는 건 마음대로 연구해보라' '폭 넓게 다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오픈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도기술은 이거다라고 정부가 지정하는 방식만이라도 꼭 버렸으면 합니다.

과학기술자에게 자유ㆍ책임감 줘야

사회=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에 대한 논란도 많습니다. 사실 과학기술담당부처는 매 정권 때 마다 바뀌었잖아요. 예전엔 과학기술부였다가 교육부하고 합쳐져서 교육과학기술부로 되었다가 현 정부 들어선 정보통신기술(ICT)과 묶여서 미래창조과학부가 되었습니다. 다음 정부 때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죠. 이렇게 조직이 불안해서야 제대로 정책이 나오겠습니까.

송종국= 대선 때만 되면 과학기술주무부처와 예산편성 등을 놓고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옵니다만 사실 부처형태나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과학기술자들에게 자유와 책임감을 주는 것이라고 봐요. 일각에선 '과학기술부처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예산을 늘리고 독자적 예산권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힘센 부처 아래 있으면 자율적 연구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부처가 됐든, 어떤 명칭을 쓰든 정부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를 위해 정부는 이해당사자들 간 조정하는 역할만 해야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얘깁니다.

이근= 가장 변화가 필요한 건 분명히 정부입니다. 정부는 과학기술분야에 예산지원을 하면서 자꾸 매년 단위로 평가하려고 합니다. 1년 뒤에 뭐라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무척 곤란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론 절대 창의력을 발휘될 수 없습니다. 선진국들은 몇 년씩 기다려줍니다. 재촉하지도 않지요.

사회= 중국의 기술지원체계가 우리나라보다 더 선진적이라는 말도 있더군요.

이근= 중국도 바뀌었어요. 제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금은 본격적으로 정보통신서비스로 가고 있습니다. 검색엔진분야에선 구글에 맞서 바이두, 전자상거래쪽에선 아마존에 대항하는 알리바바, 그리고 SNS에선 페이스북을 타깃으로 한 텐센트(위챗)까지, 이미 ICT서비스 쪽에선 글로벌 3대 기업이 나왔잖아요.(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머릿글자를 따 이들 3대 기업을 BAT라고 부른다) 외국기업에 대해선 철저하게 국내유입을 막으면서 자국 기업, 특히 벤처에서 출발한 ICT기반의 기업들에겐 무한정 자유를 주고 있어요. 심지어 인터넷뱅킹 첫 대출 기념식에 중국 지도자가 직접 참석해 축하해 주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니까 젊은 사람들이 힘을 얻고 창업에 나서는 겁니다.

사회= 중국에선 하루에 1만개가 넘는 기업이 창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은 미국보다도 중국을 벤처의 천국이라고 하죠.

이근= 창업만 그런 게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첫 창업에 실패한 뒤 다시 창업하는 비율이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재기가 가능한 경제이고, 그러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된 거죠. 우리나라에선 실패한 창업가가 과연 재기를 꿈이나 꿀 수 있을까요.

사회= 연구도, 기술개발도, 혁신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거잖습니까. 과학기술인력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송종국=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노벨 생리학상 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세계적 권위의 의학연구소입니다. 얼마 전 노벨상 선정 위원회 소속 위원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그는 우리나라 연구기관으로부터 사업단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단 ‘한국에 1년 동안 계속 머물러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답니다. 결국 이 조건 때문에 그는 거절을 했다고 해요. 각종 글로벌 네트워크가 다 단절될 텐데 어떻게 여기에 1년간 꼬박 머무냐는 얘기였죠. 세계적 석학한테 한국에 1년간 체류하면서 연구하라고 하면 몇 백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아마 다 거절할 겁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외국인재를 영입하려면 이런 우리 식의 조건은 붙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근= 평가시스템도 바꿔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1년 마다 평가를 하려고 하는데, 일본만해도 그런 거 없습니다. 연구비를 주고 언제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절대 요구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단기적으로 평가하고, 양적 평가지표에만 의존하니까 연구자들도 그저 성과가 빨리 쉽게 나오는 프로젝트만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쓸모가 없는 연구, 저질 수준의 특허만 많아지는 것이죠. 이거야 말로 소중한 나랏돈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을 풀어 놓으면 돈을 낭비할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너무 죄니까 오히려 낭비가 생기는 겁니다.

송종국= 연구지원을 하는데 이젠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꼭 한국 사람한테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혁신은 오히려 국제협력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 석학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죠. 노벨상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 과학자가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내도 네트워크가 없어 다른 과학자들이 그 업적을 모른다면 노벨상이 가능하겠습니까.

정보통신ㆍ기초과학에 투자 집중을

사회=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 중후장대형 산업을 계속 성장동력으로 삼기는 힘들 것 같구요. 우리가 앞으로 좀더 집중해야 할 기술분야를 꼽는다면요.

이근= 아무래도 ICT가 중요하겠죠. 우리나라가 강점인 분야이기도 하고, 4차 산업혁명 역시 ICT가 타 산업과 융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겐 찬스라고 봅니다. 다만 정보통신은 기술의 수명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유망하긴 하지만 그만큼 추격도 쉬워 자칫 따라 잡힐 위험도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젠 ICT 외에 좀 수명이 긴 분야, 예를 들면 바이오 제약 기초과학 같은 쪽에 승부를 걸었으면 합니다. 독일 바스프를 보세요. 화학 소재 쪽에서 수십 년째 1등 기업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중기적으로는 정보통신, 장기적으로는 기초과학에서 연구와 투자를 집중해야 합니다.

사회= 어쨌든 신속한 추격자(fast follower)에 더 이상 안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이젠 정말로 먼저 치고 나가는 선도자(first mover)가 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어 보입니다.

송종국= 지금처럼 정확한 예측이 힘든 융복합 시대일수록 전문가들을 믿고 그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몇 번 실패하더라도 신뢰의 끈을 놓쳐선 안될 것입니다.

이근= 추격만으론 절대 추월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기업도 과학자들도 바뀌어야 하지만 정부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책은 다 선진국에서 하는 거 보고 가져 오잖아요. 전형적인 추격형 정책인 거죠. 정부부터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국경제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정리=정준호 기자

사진=신상순 선임기자

◆송종국 원장은

60세.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부장관 정책자문단, 한국재정ㆍ공공경제학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 국무조정실 산하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이근 교수는

56세.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며 사단법인 경제추격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2014년 우리나라 경제학자 최초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에 낸 경제추격이론에 관한 저서로 국제슘페터학회에서 슘페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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