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현/사진=KLPG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박성현(23ㆍ넵스)의 집중력은 무서웠다. 그는 미국과 영국 원정으로 한국 무대를 한 달 가량 비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하반기 첫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개막 불과 사흘 전 영국 런던에서 서울을 거쳐 제주로 이동했음에도 장거리 여행을 한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시즌 5승을 거뒀다.
박성현은 7일 제주시의 오라 컨트리클럽(파72ㆍ6,445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5억원ㆍ우승상금 1억원)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198타가 된 박성현은 2위 박주영(26ㆍ호반건설)을 무려 9타 차로 제치고 지난 5월 중순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이후 두 달 만에 시즌 5승(통산 8승)째를 수확했다. "무더위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포인트"라던 박성현의 정신력이 일궈낸 우승이었다. 오라 컨트리클럽은 그린이 까다로워 좋은 스코어를 내기 힘든 코스라는 평가여서 18언더파는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박성현은 1라운드부터 괴력을 뿜어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 여자 오픈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한 뒤 시차 때문에 이틀 동안 밤잠을 거의 못 잔 선수 같지 않았다. 박성현은 1라운드 7언더파를 시작으로 2라운드 5언더파, 3라운드에서도 6타를 줄였다. 사흘 간 보기가 단 하나도 없는 무결점 행진으로 2008년 신지애(28ㆍ스리본드), 2016년 배선우(22ㆍ삼천리)에 이어 역대 3번째 54홀 노보기 우승자로 등록됐다.
괴력의 원동력에 대해 박성현은 "시차적응에 대한 준비는 특별히 없었다"면서도 "에너지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치는 순간에만 집중하고자 캐디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고 공을 캐디에게 돌렸다.
박성현은 7월 동안 5개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여파로 대상 포인트에서 3위로 밀리는 등 지존 자리를 위협받았으나 시즌 최다 타수(9타) 차 우승으로 국내 무대는 좁다는 걸 재확인했다. 박성현은 우승 상금 1억원을 추가하며 8억591만원으로 2위 고진영(21ㆍ넵스)과 격차를 벌렸다. 또 40점을 추가한 대상 포인트(382점)에서도 장수연(22ㆍ롯데)을 제치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평균타수와 드라이브 비거리, 톱10 피니시율에서도 1위인 그는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경기 뒤 박성현은 "3라운드 동안 행복했고 노보기 우승이라서 더 기분이 좋다"면서 시즌 초 목표로 삼았던 5승을 이미 달성한 데 대해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다음 목표는 한 주 쉬면서 생각해봐야겠다. 다음 주는 그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 만나고 수다 떨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 우승해서 전혀 힘들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금왕, 다승왕, 평균타수상에 욕심이 난다. 욕심이 큰 만큼 목표도 또렷해지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와는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여유로워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점점 변하는 모습에 나도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앞둔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는 이틀 동안 나란히 2오버파를 적어내면서 컷 탈락해 우려를 키웠다. 장점인 정교한 샷과 컴퓨터 퍼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인비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큰 부상과 통증 없이 마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보완할 점을 찾았으니 남은 기간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다. 중요한 것은 몸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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