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야구부를 창단한 제주고가 올해 일약‘복병’으로 떠올랐다. 주말리그 전반기와 후반기에서 각각 준우승을 차지했고, 황금사자기에서는 8강에 오르는 등 이제 전국무대 4강권까지 넘볼 수 있는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2005년 부임한 성낙수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연습 상대조차 없던 야구 불모지 제주에서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목동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계속된 제4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닷새째 제주고는 2013년 창단한 경기의 신예 상우고를 6-4로 꺾고 1회전을 통과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배재고가 경동고를 12-8로 물리치고 2회전에 합류했다.
배재고 12-8 경동고(연장 10회)
난타전 끝에 9회까지 8-8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의 희비는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서 엇갈렸다. 배재고는 10회초 무사 1ㆍ2루에 주자를 두고 시작하는 승부치기에서 선두타자 안치환(3년)이 3루수 실책으로 출루해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3번 백도렬(2년)의 2타점 우전 적시타로 균형을 깬 뒤 5번 이재용(3년)의 중견수 플라이 등으로 2점을 보태 승부를 결정지었다. 선발 이지황(3년)이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3실점한 뒤 내려가 구원 등판한 두 번째 투수 박동현(3년)의 어깨가 무거웠다. 하지만 박동현은 8⅔이닝 동안 10피안타를 허용했지만 5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경동고는 안타 13개를 터뜨렸지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짐을 쌌다.
제주고 6-4 상우고
제주고는 1회 선발 김우택(3년)이 3실점을 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1회말 반격에서 4번 이상현(3년)의 우월 2점홈런 등으로 간단히 3-3 균형을 맞췄다. 2회 다시 한 점을 내 줘 3-4로 역전 당했지만 6~8회 매 이닝 1점씩을 보태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제주고의 세 번째 투수로 나간 에이스 김기환(3년)은 7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곁들이며 2피안타 5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해 승리를 견인했다. 상우고는 1번 윤찬규(3년)가 홈런이 빠진 사이클링히트(5타수 4안타)로 맹활약했지만 패배로 빛이 바랬다.
경주고 7-4 울산공고
경주고는 2008년 선수수급난과 운영난으로 해체됐다가 2013년 재창단한 팀이다. 지역 사회의 열망과 동문들의 지지로 재탄생한 경주고는 저변이 탄탄하지 않지만 전국대회에서 이따금씩 강호들을 잡는 파란을 일으킨다. 이날도 경주고는 짜임새 있는 투타 전력으로 한 수 위의 울산공고를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선발 김영범(2년)이 5이닝 1실점, 승리투수가 된 장지훈(3년)이 4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타선에서는 2번 이민호(1년)가 3타점으로 활약했다.
경기고 20- 5 동산고(6회 콜드)
경기고가 이번 대회 최고의 화력으로 동산고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경기고는 1-2로 뒤진 3회초 12명의 타자가 나가 안타 6개와 볼넷 4개를 묶어 8득점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이어 9-5로 앞선 5회 5점, 6회 6점을 추가해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경기고는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포함해 19안타를 터뜨렸다. 동산고는 6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불붙은 경기고 타선을 막지 못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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