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좀비영화 ‘부산행’이 올해 첫 1,000만 관객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부산행’의 누적관객수는 981만7,588명(6일 기준)이다. 영화계는 ‘부산행’이 이날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올해 첫 1,000만 영화가 된다. 한국영화로는 역대 14번째, 외화까지 포함하면 18번째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첫 공개된 ‘부산행’은 현지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고,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부터는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고 극찬을 받아 일찌감치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부산행’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KTX의 승객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유 마동석 정유미 김수안 김의성 등이 출연해 위기에 빠진 인간의 다채로운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렸고, 재난 상황을 활용해 통렬한 사회적 비판까지 곁들이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칸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부산행’은 올 여름 흥행대전에 참전한 주요 작품 들 중에서 가장 먼저 개봉일(7월 20일)을 잡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부산행’과 함께 빅4로 꼽히던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 ‘터널’ 이 개봉날짜를 두고 눈치작전을 필 때 개의치 않고 독자노선을 밟았다.
‘부산행’이 출발부터 1,000만 관객을 예상했던 건 아니다. 애니메이션 감독의 첫 실사영화, 좀비를 소재로 한 상업영화라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특히 ‘과연 한국형 좀비영화가 관객들에게 통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컸다.
영화계 안팎이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개봉한 ‘부산행’은 개봉일 87만 명의 관객이라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해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관객 128만 명이 찾아 ‘명량’(122만 명)이 지니고 있던 역대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도 갈아치웠다. 개봉 주에 531만 관객이 모여 역대 개봉 주 최다 관객 기록도 수립했다. 그야말로 ‘부산행 신드롬’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경남씨는 “촘촘한 이야기 구성과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사회적 메시지, 좀비라는 오락성 짙은 볼거리 등 삼박자가 제대로 맞았다”고 평했다. ‘부산행’의 투자배급사인 뉴(NEW)는 “언론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이 동시에 탄력을 받아 장기 흥행을 이어갔다”며 “그간 본 적 없는 좀비와 디테일한 인간 심리, 완성도 높은 비주얼 등이 ‘부산행’을 웰메이드 영화로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변칙 개봉’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분위기다. ‘부산행’은 개봉 전인 지난달 15~17일 사흘간 유료시사회를 진행해 5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변칙 개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러 흥행 기록을 경신했음에도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논란의 소지를 남기게 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칸에서의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볼거리 충실한 좀비영화라는 점이 유료시사회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여름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무리하게 자충수를 두면서 영화산업에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