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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소리의 길이

입력
2016.08.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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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타민 제품의 광고 카피에 “Just eat it(그냥 드세요).”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eat’은 [i:t]으로 길게 발음해야 하고 ‘it’은 [it]으로 짧게 발음해야 한다. 또한 좌석을 뜻하는 ‘seat’은 [si:t]로 길게 발음하지만 ‘앉다’를 뜻하는 ‘sit’은 [sit]로 짧게 발음한다. 이처럼 영어에는 단어를 발음할 때 소리의 길이를 짧거나 길게, 서로 달리 발음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말에도 같은 형태의 단어지만 소리의 길이를 달리 발음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눈’을 짧게 발음하면 ‘인체의 시각 기관’이지만 길게 발음하면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가 된다. ‘밤’을 짧게 발음하면 ‘해가 져서 어두워진 때부터 다음 날 해가 떠서 밝아지기 전까지의 동안’이지만 길게 발음하면 ‘밤나무의 열매’가 된다. ‘말’을 짧게 발음하면 ‘말과의 포유류’지만 길게 발음하면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가 된다. ‘광주’를 짧게 발음하면 ‘광주(光州)광역시’이지만 길게 발음하면 ‘경기도에 있는 광주(廣州)시’가 된다. ‘영동’을 짧게 발음하면 ‘강원도에서 대관령 동쪽에 있는 지역[嶺東]’이지만 길게 발음하면 ‘충청북도 영동(永同)군’이 된다. ‘여권’을 짧게 발음하면 ‘여성의 권리[女權]’나 ‘패스포트[旅券]’이지만 길게 발음하면 ‘여당과 여당을 지지하는 세력 안에 드는 사람이나 단체[與圈]’가 된다. ‘경사’를 짧게 발음하면 ‘비스듬히 기울어진 상태나 정도[傾斜]’지만 길게 발음하면 ‘축하할 만한 기쁜 일[慶事]’이 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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