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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이 또한 삶이니

입력
2016.08.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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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한 화가의 집을 방문했다. 조용하던 집이 다른 날과 달리 부산스러웠다. 누가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작은 플라스틱 밥그릇에 넣어 버렸다는데, 화가가 그 녀석들을 수유해 키운 뒤 분양하는 날이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죽 그릇에 들어가 용변을 볼 정도로 작았던 고양이는 잠깐 사이 날아다닐 만큼 자라 있었다. 녀석들을 입양한 사람은 출판사 대표였다. 출판사 대표는 화가가 시범을 보인 대로 고양이를 품에 안고 발톱을 깎았는데, 발버둥치는 녀석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잡아당겨 끈기 있게 깎는 모습이 퍽 꼼꼼해 보였다. 고양이를 길러 보지 않는 내 눈에도 반려인의 자질이 엿보였다. 입양자는 외아들과 동행했고, 그 아들의 이름을 고양이 남매에게 한 자씩 나눠 주었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 믿음은 상대가 세간의 가치에 그다지 애면글면하지 않을 거라는 데 근거한다. 세속적인 욕망으로 창작에 몰두하는 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선물을 받아서 돌아온 나는, 인생은 오늘처럼 소소한 일들로 채워지는 것임을 상기했다. 기상이변이나 테러, 갑작스런 사고, 전쟁 등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생은 오늘처럼 작은 일들로 완성될 거라는 생각은 나날이 확고해진다. 드물게는 가치관을 바꿀 정도로 큰 행운이나 불행도 닥치지만, 그 또한 삶이니 하루하루를 또박또박 살아야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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