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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찬가] 누가 밀어주듯 쭉쭉…전기자전거 출근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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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찬가] 누가 밀어주듯 쭉쭉…전기자전거 출근 사흘

입력
2016.08.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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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왕십리~퇴계로~남대문

모터 힘 빌려 50분만에 주파

등 살짝 젖었지만 힘들진 않아

한번 충전하면 100km 거뜬

스쿠터는 부담스러운 중년노년

근교 나들이 수단으로 최적

100만~200만원대 가격은 부담

6월 첫 월요일, 첫 자전거 출근길에 찍은 사진. 다음날 긴 팔 셔츠를 입었을 때도 일반 자전거보다는 훨씬 힘이 덜 들었다. 자전거는 삼천리자전거에서 빌린 팬텀EX 기종.
6월 첫 월요일, 첫 자전거 출근길에 찍은 사진. 다음날 긴 팔 셔츠를 입었을 때도 일반 자전거보다는 훨씬 힘이 덜 들었다. 자전거는 삼천리자전거에서 빌린 팬텀EX 기종.

여름에는 앉아만 있어도 손바닥에 땀이 흥건한 체질이라 자전거 출근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없는 당신’이었다. 땀내를 푹푹 풍기며 사무실에 들어설 엄두가 나지 않아 자출을 몇 년째 상상만 해온 것이다. 그러니 전기자전거 시승기를 써 보겠냐는 데스크의 제안을 받고서 혼자 환희에 휩싸인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채용됐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보다 열 배는 더 기뻤다. 유레카! 사람의 힘만으로 달려야 자전거라는 고집은 잠시 안녕~. 그런 사연으로 6월 초순 전기자전거를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인가?

전기자전거는 대체 오토바이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페달 밑동이나 뒷바퀴에 달린 전기모터 힘으로 달리니 전기스쿠터와 똑같다는 이야기다. 도로교통법 역시 전기자전거를 오토바이와 함께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취급한다. 배기량 낮은 두 바퀴 탈것이다. 실제로 스로틀(Throattle) 방식 전기자전거의 주행은 스쿠터와 비슷하다. 운행하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차도에서만 달려야 한다. 멋모르고 온라인 공간에 주행기록을 공개했다가는 “자전거도로에서 타지 말라”는 핀잔을 듣기 쉽다.

얼리 어답터에게도 희망은 있다. PAS 방식 전기자전거는 앞으로 ‘자전거’ 대접을 받을 전망이다. PAS는 Pedal Assist System의 준말로 페달을 구르면 모터가 힘을 보태는 구동방식이다. 익숙한 ‘자전거’의 정의에 가깝다. 행정자치부는 ①전기모터가 페달과 동시에 움직이되 ②시속 25km 이상에선 전기동력이 꺼지고 ③중량은 30kg보다 가벼운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인정하도록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8월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니 통과될지 지켜볼 일이다.

자출기를 위해 삼천리자전거에서 빌린 생활용 전기자전거 ‘팬텀EX’ 역시 PAS 방식을 채택했다. 전기모터의 힘(파워 어시스트)을 1~5단으로 나눠 조절하고 1회 충전으로 100km 정도 달린다니 출퇴근용으로 부족함이 없다. 앞바퀴에는 서스펜션, 흔히 말하는 ‘쇼바’가 달려있어 웬만큼 거친 지면을 달리는 데도 무리가 없다. 참고로 주행거리는 몸무게 90kg 탑승자가 파워 어시스트 모드를 1단으로 설정하고 평지를 달려서 측정했다고 한다.

첫 출근 소감 “엄청 빠르네”

6월 첫 월요일 아침. 고대하던 전기자전거 출근길에 처음 올랐다. 경로는 지하철 잠실역을 출발해 뚝섬역, 왕십리역을 지나 퇴계로를 타고 숭례문 앞 회사까지 15km. 땀이 나는지 확인하려고 출근복장 그대로 안장에 올랐다.

발을 반 바퀴쯤 굴렀을까, 자전거가 울컥 튀어나가는 느낌에 놀라 브레이크를 잡았다. 파워 어시스트 5단에서는 페달이 3-6시 사이를 지날 때마다 자전거가 대략 30~40cm 정도 전진했다. 누군가 어깨를 주춤주춤 뒤로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안전을 위해 기어를 1단에 두고 도로로 나섰다.

‘아, 이거 엄청 빠르다’ 잠실대교를 건너 왕십리역으로 달리는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동네 어르신 산보하듯 페달을 밟아도 속력이 시속 25km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등만 조금 젖었을 뿐이었다. 서울 시내를 지나는 차량의 평균 속력은 시속 17~26km. 전기자전거로 자동차들과 나란히 달렸지만 숨이 차지도, 정체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혼잡한 동대문운동장 앞을 지나 퇴계로로 접어들자 자동차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기자도 파워 어시스트 모드를 5단으로 올리고 힘껏 페달을 밟았다. 속도계 숫자는 단숨에 40km까지 치솟았다. 팬텀EX가 편안히 타도록 설계된 생활용 자전거인 점을 고려하면, 경륜자전거처럼 핸들, 안장을 개조할 경우 자동차보다 빠를 성싶었다.

숭례문 앞 회사에 도착하니 출발한 지 딱 50분이 흘렀다. 지하철로 출근할 때보다 딱 2분 느린 기록. 귀밑만 살짝 젖었으니 산뜻한 자전거출근 목표도 절반은 달성한 셈(물론 8월 불볕더위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테지만). 첫 전기자전거 출근 성적은 ‘합격’이었다.

파란색이 출근 경로. 빨간색이 퇴근 경로다. 늦은 시간(오후 10시)이었지만 강남을 자전거로 지나 퇴근하는 일은 쉽지는 않았다.
파란색이 출근 경로. 빨간색이 퇴근 경로다. 늦은 시간(오후 10시)이었지만 강남을 자전거로 지나 퇴근하는 일은 쉽지는 않았다.
전원버튼을 눌러 전기모터를 켜면 이런 화면이 뜬다. 속력과 경과시간,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된다. ▼▲버튼으로 전기모터 힘을 조절한다.
전원버튼을 눌러 전기모터를 켜면 이런 화면이 뜬다. 속력과 경과시간,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된다. ▼▲버튼으로 전기모터 힘을 조절한다.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감 느껴

안정감은 전기자전거의 또 다른 강점이었다. 남산 소월길을 돌아 반포대교~압구정동(도산대로)을 거쳐 퇴근하는 동안 한 순간도 불안하지 않았다. 팬텀EX는 식탁 의자에 앉듯 편안한 자세로 탈 수 있게 설계됐다. 여기에 폭이 넓은 타이어와 서스펜션까지 장착돼 있으니 웬만한 도로의 홈은 30~40km로 달리던 속력 그대로 지났다. 남산 소월길부터 한남대교까지의 긴 내리막 구간을 로드자전거로 달릴 때 느낀 초조함을 찾을 수 없었다.

시야도 로드자전거를 탈 때보다 넓어졌다. 속도를 높여도 페달이 가벼우니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로드자전거로 평지에서 시속 40km를 내려면 아무래도 시선이 흩어진다.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다 보면 자꾸 땅을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장점은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전기자전거가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생활용으로 설계돼 자세가 편하고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이다.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한 컷. 등에 땀 한 방울 맺히지 않았다. 물론 요즘같은 불볕더위에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겠다.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한 컷. 등에 땀 한 방울 맺히지 않았다. 물론 요즘같은 불볕더위에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겠다.

배터리 체크 잊으니 고생길

이튿날 두 번째 출근길은 배터리와의 싸움이었다. 아침에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니 절반 수준. 50km는 문제 없겠다 싶어 출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등판능력을 시험한다고 경로를 오르막 구간으로 잡은 탓이 컸다.

잠수교를 건너 녹사평역 방향 언덕에 접어들자마자 배터리 잔량 표시가 4칸에서 2칸으로 뚝 떨어졌다. 어시스트 모드를 낮추니 3칸으로 돌아왔지만 곧 퍼질 조짐이 보였다. 2km 오르막을 달리는 동안 경사가 심한 구간마다 배터리 잔량은 뚝뚝 떨어졌다. 20kg짜리 자전거를 끌고 산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하차 상태에서도 모터가 느리게(시속 4.5km) 작동하는 보행 지원기능, ‘끌바 지원기능’이 있지만 전원이 살아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다행히 우는 아이 달래듯 살살 페달을 밟아가며 모터를 살린 채 출근에 성공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언덕길 등 모터에서 큰 힘을 지원할 때는 순간적으로 배터리 전압강하가 일어나서 잔량 표시가 잠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자전거에서 분리해 충전하는 방식의 배터리.
자전거에서 분리해 충전하는 방식의 배터리.

팬텀EX는 현재 판매되는 전기자전거 중에서 주행거리가 가장 긴 편이다. 전기자전거를 탄다면 출발 전 배터리 체크는 필수라는 이야기겠다. 이틀째 코스로 매일 출퇴근할 경우에는 이틀에 한번 충전하면 안심이다. 평지만 달리면 사흘에 한번 충전도 가능해 보였다. 또 방전 상태에서 완전히 충전하기까지 대략 4~5시간이 걸리니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배터리를 콘센트에 꽂으면 곤란할 일이 없다.

주행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역시 사람 힘을 써야 한다. 페달을 꾸준히 밟고, 급가속이나 급제동 없이 속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멀리 가는 방법이다. 삼천리 측은 “90kg 이용자를 태우고 어시스트 모드 5단으로 평지만 달릴 경우 50~60km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들이 더 좋아할 이동수단

자전거 타기 자체를 즐기는 입장에서 운동 목적으로는 전기자전거의 입지가 애매했다. 이태원 언덕에서 어시스트 모드를 5단으로 놓아도 허벅지가 뿌듯해졌으니 운동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름을 밟는 어색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래서 출근은 모터 힘을 이용하고, 퇴근은 동력을 끄고 달린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식이든 이제까지의 ‘사이클링’과는 다른 종류의 운동인 셈이다.

다만 산에서는 널리 쓰일 가능성이 보였다. 전기자전거 대여기간 마지막 날, 평소 MTB를 타고 힘겹게 오르던 동네 뒷산을 방지턱 넘듯 가뿐히 지났다. 찾아보니 이미 다운힐 전용으로 개발된 제품이 팔리고 있었다. 산꼭대기까지 전기모터 힘으로 오른 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가는 식이다.

중장년은 전기자전거를 어떻게 평가할까? 서울 외곽의 한적한 길을 1시간 달린 아버지는 “레저용 이동수단으로 딱”이라는 평을 내놨다. 그간 로드자전거로 내달리는 아들을 따라다니느라 은근 힘이 부쳤단다. 운전 스트레스 없이 풍경을 감상하며 지방도로를 달리다 풀숲에 멈추면 주차 끝. 가볍게 드라이브하기 좋단다.

한 대 사드릴까 하다가 잠시 보류했다. 대부분 100만~200만원대인 가격도 부담스러웠지만, 아직 주행 가능한 영역이 좁은 점이 가장 걸렸다. 출근시간 자동차들과 나란히 달리면 아무래도 신경이 곤두선다. 그렇다고 자전거도로로 들어가자니 기존 자전거 이용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오토바이처럼 자전거도로를 쌩쌩 내달리는 일부 전기자전거족이 인상을 망친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규제를 개선한다고 하니 안전하게 자전거와 전기자전거가 공존할 환경을 만드는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호 기자 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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