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에 비용 보고하지만
상한액 제한 규정 없어
회계항목도 통일된 기준 미비
‘고무줄식’ 보고에도 무방비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 대표 후보자는 경선이 끝난 뒤 선거비용 내역을 중앙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당내 선거는 다른 선거와 달리 회계보고만 하면 그만이고, 사용할 수 있는 정치자금 규모에도 제한이 없다. 공직자 선출이 아니어서 공직선거법이 아닌 정당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전당대회가 언제든지 ‘머니 게임’이 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로 지적되는 연유이다.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쓰이는 ‘돈’은 사실상 외부감시를 받지 않고 있다. 경선 비용과 관련한 이렇다 할 제한규정이 없는 탓이다. 때문에 역대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들이 신고한 경선비용부터가 제 각각이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맞대결로 열기가 뜨거웠던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김무성 후보는 1억4,980만원을 경선비용으로 신고했다. 기탁금 8,000만원을 제외한 금액이었다. 반면 당시 후보들 중 가장 많은 금액인 1억8,750만원을 신고한 서청원 후보는 기탁금을 포함시켰다. 선관위 신고 금액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비공식 비용을 차치하고도, 회계보고 항목부터 통일된 기준이 없는 것이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 경선비용도 박지원 후보는 3억803만원을 사용했다고 보고한 반면, 조경태(903만원) 박주선(303만원) 후보는 1,000만원 이하로 경선을 치렀다고 신고하는 등 큰 격차를 보였다. 당시 박지원 후보 측은 “비용 대부분을 문자 메시지에 사용했다”면서 “그런데 문재인 후보 측은 문자 메시지를 더 많이 보내고도 신고금액은 1억2,000여만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후보자들이 ‘고무줄 식’ 회계보고를 하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막을 길은 없다. 불법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선관위가 전당대회에서 쓴 돈을 직접 들여다볼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2006년 경선에서 일어나는 유권자 매수 등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권을 선관위에 부여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전달했지만, 국회는 10년째 침묵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관련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자금 1억원 제공 의혹 등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당내 경선 비용 상한액 규정이 없는 문제도 지적된 지 오래다. 2006년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불법 경선자금 수억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비난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은 경선비용을 제한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면피성 개정안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자동폐기 됐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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