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앞서던 정병국 제쳐
“김무성의 朱 지원설도 파다”
친박계 주자 3명은 완주 의지
“비박 패권주의”목소리 높여
새누리당 비박계가 주호영 의원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이변을 만들어내면서 나흘 앞으로 다가온 ‘8ㆍ9 전당대회’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현재로선 ‘비박 단일 대 친박 다자’의 4파전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두 차례에 걸쳐 후보 단일화를 성사한 비박계와 달리 친박계 후보들은 아직까지 ‘독자 완주’ 의사가 확고하다.
당 대표 후보인 주호영ㆍ정병국 의원은 5일 단일 후보로 주 의원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에서 열린 후보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확정 사실을 알렸다. 전대 선거인단 구성인 당원 70%, 일반국민 30%를 반영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주 의원은 “화합과 혁신으로 당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주 의원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세력에 대항하는 혁신 단일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주 의원이 비박계 단일 후보로 결정된 건 당내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이 근소하긴 하나 5%포인트 안팎으로 주 의원을 앞서왔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당의 주류인 영남권의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다 김무성 전 대표가 주 의원을 물밑에서 지원했다는 얘기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전대 경선과 동일한 구성으로 단일화 여론조사를 했기 때문에 당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남권 표심이 큰 영향을 미쳤고 김무성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의 주 의원 지원설도 파다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당 대표 후보 중 유일한 TK 출신이다.
이로써 비박계는 단계적 단일화 드라마를 통해 지역적으로는 서울(김용태 의원), 수도권(정병국 의원)에 이어 TK의 표심까지 흡수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비박계의 표 확장성이 커졌으나 TK 보수층이 혁신을 주장하는 비박계 후보에 얼마나 표를 줄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고 말했다.
비박계의 최종 후보 단일화로 친박계의 속내는 다급해졌다. 현재 범친박계를 포함한 친박계 주자는 이정현ㆍ이주영ㆍ한선교 의원이나 모두 완주 의지가 강하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어 비박계 후보 단일화를 “반혁신의 행보”, “비박 패권주의”라고 몰아붙이며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단일화는 물 건너간 듯하다”며 “당선될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그러면서 외곽에서 비박계 후보 지원 의사를 내비치며 단일화를 자극한 김 전 대표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민심투어를 한다더니 ‘정치투어’를 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전대에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이장우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비주류 단일화 후보 지지’ 발언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뒤늦게 터진 ‘선관위 변수’도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시선거관리위는 이날 이주영 의원의 선거운동을 위해 30여명의 응원단을 불법동원하고 금품 등을 제공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당원 박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이주영 후보 캠프 황천모 대변인은 “이 후보는 선거운동원을 모집한 사실이 없다”며 “(박씨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것은 이 후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천안=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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