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靑 ‘제3부지’ 언급
정부 ‘안전성’ 논리에 혼란 자초
국방부는 사태 수습 미적 눈치만
제3장소 조사결과 공개는 거부
국방부 조사 부실 등 의혹 일어
성주 주민 설득도 소극적 행보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엇박자로 가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경북 성주 내 제3의 부지논란을 자초해 갈등을 부추기고,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사태 수습에 미적거리며 눈치만 보는 모습이다.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강변하던 정부의 논리마저 흔들리면서 반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13일 성주의 공군 미사일 포대를 사드 배치 부지로 발표한 이후 레이더 유해 전자파 논란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포대에서 1.5㎞ 거리에 1만4,000여명이 살고 있지만, 레이저 빔의 각도와 안전거리 등 온갖 과학적 설명을 앞세워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례 없이 미국령 괌의 사드 포대를 공개하고 취재진 앞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이벤트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제3의 장소를 거론하면서 이 같은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전자파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굳이 인구가 적은 다른 장소로 레이더를 옮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5일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대한 불신이 다시 커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무성의한 대응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제3의 장소는 평가결과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축하며 “기존 부지가 최적이고, 정부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공언했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이 “성주군이 제3의 장소를 추천하면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국방부의 입장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국방부는 “다른 부지의 검토를 요청하면 기준에 따라 할 것”이라고 통수권자의 지시를 수용하면서도 “성주포대가 최적이라는데 변함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렇게 서로 딴소리를 내자 국방부가 조사결과를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거나, 청와대와 안보라인의 메시지 관리가 허술했거나, 국방부가 제3의 장소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제3의 장소 가운데 어느 곳을 조사했는지, 평가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일절 공개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와 국방부가 한 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은 판인데 정말 답답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관건인 주민 설득을 놓고도 청와대와 국방부의 보폭에 차이가 크다. 박 대통령은 앞서 2일 국무회의에서 “지역 대표인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을 직접 만나겠다”고 밝혔다. 사드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민심을 다양하게 듣겠다는 의미다. 반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성주에 내려갔다가 봉변을 당한 이후 20여 일이 지나도록 현지 행보를 꺼리고 있다. 이달 4,5일로 잡았던 휴가를 취소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사드 반대 주민들이 갈수록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데도 상황만 살피며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장관은 제3의 장소 논란이 번지자 4일 저녁 뒤늦게 문상균 대변인을 현지로 보내 언론인 간담회를 갖는데 그쳤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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