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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과 치부의 공존… 마라카낭 통해 본 올림픽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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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과 치부의 공존… 마라카낭 통해 본 올림픽의 두 얼굴

입력
2016.08.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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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카낭 지하철역 고가에서 본 리우올림픽 스타디움 전경. 리우=윤태석 기자
마라카낭 지하철역 고가에서 본 리우올림픽 스타디움 전경. 리우=윤태석 기자

리우올림픽 개막식(7일 오전 7시15분)이 열리는 마라카낭 스타디움을 지난 5일(한국시간) 찾았다. MPC(메인프레스센터)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렸다. 올림픽 전용도로로 쌩쌩 달리는 버스 안에서 꽉 막힌 옆 차선을 봤다. 기자가 탄 차는 막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거북이 운행을 하는 일반 운전자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개막식을 이틀 앞둔 마라카낭 스타디움은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경기장 주변은 전체적으로 한산해 보였다. 올림픽 열기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이틀 뒤 개막식을 하는 경기장이 맞나’라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마라카낭은 브라질 축구의 성지다. 특히 축구 황제 펠레(76)와 인연이 깊다. 펠레는 마라카낭에서 1957년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고 자신의 1,000번째 골을 기록했다. 1971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장소도 이곳이다. 브라질 팬들에게는 슬픈 기억도 있다. 1950년 마라카낭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은 20만 명의 홈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2로 패했다. 그 충격으로 2명이 심장 마비로 숨졌고 2명은 자살했다. 유명한 ‘마라카낭의 비극’이다.

브라질은 리우올림픽 개막식을 사상 처음으로 종합경기장이 아닌 축구 전용구장에서 연다. 그들이 마라카낭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개통한 마라카낭 지하철역 고가에 오르면 오른쪽에 스타디움이 한 눈에 보인다. 그 자리에서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파벨라(빈민촌)가 있다. 가파른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들.

마라카낭 지하철역 뒤 산비탈에 있는 파벨라. 리우=윤태석 기자
마라카낭 지하철역 뒤 산비탈에 있는 파벨라. 리우=윤태석 기자

브라질은 2년 전 월드컵과 이번 올림픽에 앞서 공권력을 투입해 일부 파벨라의 치안을 장악했다고 한다. 파벨라가 리우에만 300곳이 넘는다는데 경기장 인근의 파벨라 약 20군데 정도만 해당한다. 외부인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곳만 임시변통으로 관리하는 셈이다. 밖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파벨라 앞에 가림막을 설치한 곳도 많다. 브라질의 자부심과 그들이 숨기고 싶은 치부가 묘하게 공존하는 마라카낭은 리우올림픽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쓴 ‘올림픽의 몸값’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의 번영의 뒷면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도쿄대 학생 시마자키 구니오는 형의 죽음을 계기로 막노동을 하며 올림픽이라는 축제 아래 먹고 살 길 없는 사람들이 가혹한 노동을 강요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불합리를 응징하기 위해 그는 올림픽을 볼모로 테러를 감행한다. 멀리 도쿄까지 갈 것도 없다. 대규모 이벤트를 이유로 벌어지는 도심 정비 사업과 강제 이주 정책.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브라질은 몇 년 전부터 파벨라의 가난을 아예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다. 외지인들은 악명 높던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구경하며 “생각보다 친절하다” “예상 외로 평화롭다”는 말을 쏟아낸다. 과연 이것이 파벨라의 진짜 모습일까.

마라카낭 옆 건물에 'Olympics For the rich'라는 문구가 보인다. 리우=윤태석 기자
마라카낭 옆 건물에 'Olympics For the rich'라는 문구가 보인다. 리우=윤태석 기자

마라카낭 근처 건물 벽에 누군가 휘갈긴 ‘Olympics For the rich’라는 문구를 봤다. 도대체 브라질 사람들에게 올림픽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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