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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옥수수의 계절

입력
2016.08.0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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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세 번은 옥수수가 가득 담긴 상자가 내게 배달된다. 그때마다 나는 인륜지대사를 치르듯 분주해진다. 낱개로 파는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사오고, 덥수룩한 옥수수 겉껍질을 벗겨 거기다 담고, 말쑥해진 날옥수수를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 먼저 하는 일이다. 내 주변에는 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 한 사람은 집 앞 공유지에다 옥수수를 심어놓고 수확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걸 내게도 꼭 나눠 주겠노라 하는 언니뻘 되는 사람인데, 날마다 퇴근하자마자 옥수수 밭에다 물을 주곤 한다. 1차로 동네 사람들에게 옥수수를 나눈 뒤 근처를 지나가며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도 연락했다. 들렀다 가겠다는 그와 같이 먹을 옥수수를 찌면서 쓰레기봉투를 대문 밖에다 내놓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넣었다. 그건 친구들을 위해 남긴 스무 자루였다. 문득 한 여선생님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른다. 동해로 수학여행을 가는 기차 안이었고, 날씨는 쾌청했다. 허리가 굽은 행상이 커다란 함지박을 이고 멈춰 선 기차 안으로 올라왔다. 함지박 안에는 알갱이가 터져 찐득거리는 찰옥수수가 담겨 있었다. 여중학생이었던 우리는 그걸 사서 소처럼 우걱우걱 먹었는데, 막 대학을 졸업하고 부임했던 예쁜 여선생님은 포도송이를 따 먹듯 한 알씩 입에 넣고 있었다. 젊은 남선생님들이 그녀를 햇솜처럼 둘러싸고 있었고, 소처럼 먹던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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