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홍성지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10> 지금 형세는 흑이 약간 좋아 보인다는 게 당시 이 바둑을 관전하던 동료 기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그 차이는 매우 미세해서 불과 한두 집 정도다. 홍성지가 좌변에서 △로 치중한 게 좋은 끝내기 수순이다. 흑이 1부터 7까지 후수로 두 집 내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런 다음 10으로 우상귀 백돌을 살렸다. 다음에 백A가 거의 선수이므로 보기보다 꽤 큰 자리다. 박정환이 11, 13으로 중앙 흑 두 점을 살린 것도 그에 못지않게 큰 곳이다. 홍성지가 14로 중앙을 보강하자 이번에는 15부터 18까지 우변을 선수로 정리했다.
이제 대충 큰 곳들이 모두 정리된 것 같았는데 다음 순간 박정환이 좌상귀 백진 속에 21로 특공대를 투입한 게 진작부터 노리고 있던 회심의 일격이다. 홍성지도 이 수를 전혀 예상치 못한 듯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했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참고1도>이나 <참고2도>처럼 어떻게 둬도 패를 피할 수 없다. 물론 이건 흑의 꽃놀이패여서 백이 도저히 견디지 못한다.
결국 22부터 26까지 간신히 두 집 내고 사는 게 최선이다. 당초 좌상귀는 최소한 일곱 집 정도로 예상했는데 순식간에 다섯 집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서 흑의 승리가 확실히 굳어졌다. 이후 박정환이 27부터 32까지 선수 처리한 다음 33으로 마무리해서 이제는 반면 10집 이상의 큰 차이다. 275수 끝, 흑 불계승.
박정환이 준결승전 3번기 첫 판을 먼저 이겼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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