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의원들 만나 “면밀 조사” 발언
정부 ‘성산포대가 최적지’도 흔들
靑 “타당ㆍ실효성 추가 조사” 선 그어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장소를 바꿀 가능성을 열어 두는 깜짝 발언을 해 극심한 혼선을 불렀다. 경북 성주군을 비롯한 대구ㆍ경북(TK)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철저한 검토 끝에 최적의 부지를 결정했다”는 논리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정부의 사드 배치 계획을 꼬이게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의 TK 국회의원 11명을 만나 “성주군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성주군이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하겠다”며 “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성주 배치 결정은 번복하지 않되 성주 성산리의 공군 방공포대가 아닌 성주 안의 다른 부지를 조사해 보겠다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부지 이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성주 주민들은 “성산 포대에 사드를 배치하면 가까운 인구밀집 지역과 농경지가 레이더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반대해 왔다.
지난달 13일 사드 부지 발표 이후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를 위한 선택으로,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줄곧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새로운 지역”을 언급한 것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사드 부지를 재검토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도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TK에 선물을 준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국방부는 “해당 지자체에서 성주 지역 내 다른 부지의 가용성 검토를 요청하면 자체적으로 평가 기준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부지 변경 검토는 없다”는 그간의 확고한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합의해 발표한 성산 포대를 포기할 경우 박 대통령 임기 내 사드 배치가 불가능해지고 배치 비용이 1,000억원 이상 들며, 한미간 약속 파기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부지 변경 시 또 다른 문제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부지 재검토를 지시한 게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성주 주민들이 강하게 요구하니 민심을 듣는 차원에서 부지 변경의 타당성과 실효성 등을 ‘추가 조사’하겠다는 뜻”이라며 “새로운 부지 결정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추가 조사’ 지시 또한 “성산 포대가 최적지”라는 정부의 입장을 흔드는 것이어서, 사드 부지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당장 성주 주민들은 이날 “애초 성주 결정 자체가 졸속이었다는 얘기”라며 성주 배치 계획 자체를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TK 민심을 달래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심을 더욱 부채질할 소지도 크다. 또 사드는 국가 안보가 걸린 중대한 사안인데도 박 대통령이 주민들을 끝까지 설득하는 대신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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