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도발 비난 않고 뒷짐
안보리 규탄 성명 채택 지연
한국인 비자 발급 ‘법대로’ 내세워
언론들도 연일 위협 분위기 조성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저강도 보복 조치에 착수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면전은 일단 자제하되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히기 전략으로 국내 사드 반대 여론을 부추기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제무대에서 대북 제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노골화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진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했으나, 대북 규탄 성명은 채택하지 못했다. AP 통신은 익명의 유엔 외교관을 인용, “북한의 미사일을 규탄하려는 시도가 중국에 의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 일본 3개국 대사는 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했으나,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어떠한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4일 북한 미사일 도발은 비난하지 않은 채 “모든 당사자는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거나 서로를 도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유엔 안보리는 올 들어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규탄 성명을 신속히 발표했으나, 지난달 8일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 발사(9일)와 미사일 3발 발사(19일) 때는 공식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대북 제재에 대해 ‘뭉개기’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면, 한국에 대해서는 ‘법대로’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이 전날 한국인을 상대로 상용 복수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을 내주던 자국 여행업체에 대해 자격 정지 결정을 내린 것도 ‘법대로’를 표면에 내세운 괴롭히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간 이 업체의 초청장을 이용해 비자를 발급하던 일종의 편법을 차단하면서 중국 현지 업체의 정식 초청장을 받으라는 조치다. 대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국 시장을 새로 개척하려는 중소 업체들로선 복수비자를 발급 받기가 곤란해진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다루던 한국인 대상 상용비자 발급 규모는 하루 1,000건 정도로 파악된다”며 “상용비자를 처음 발급 받을 경우 까다로워진 것은 맞지만, 관광비자 등 단기 비자는 정상적으로 발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한국 관광객이나 대기업 진출 등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대신 주변부를 공략하면서 국내 민심의 동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관광하는 외국인 중 홍콩 마카오 대만을 제외하면 한국이 부동의 1위다”며 “중국으로서도 한국 관광객에 직접 손을 대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관영매체들은 연일 보복조치를 거론하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4일 사설에서 “사드로 인한 중한 관계 경색은 한국 연예산업의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며 “중국 내 한류는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민일보도 전날 ‘한국의 지도자’란 표현으로 박근혜 대통령까지 겨냥, “중국이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 외교 안보 전문가는 “중국이 당장 전면전을 펼칠 경우 자신들도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고 경고 성격의 여론전을 펼치는 상황”이라며 “관영매체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정부는 ‘법대로’를 내세우며 지속적인 ‘주변부 괴롭히기’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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