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과 유도, 사격 등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에서 ‘한국인 지도자’ 경계령이 내려졌다. 강력한 경쟁 국가의 감독을 맡고 있는 한국인 지도자들은 풍부한 올림픽 경험을 갖춘데다, 한국 선수들의 속성까지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을 이겨내야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이 ‘종합 10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외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지도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미국 양궁 남자 대표팀의 이기식 감독이다. 이 감독이 이끄는 미국 대표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4강에서 한국을 이미 꺾은 경험이 있다. 당시 주축 선수이자 ‘한국 킬러’로 불리는 브래디 엘리슨(29) 등도 건재하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퇴역한 항공모함 위에서 거센 바람을 이겨내는 훈련을 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미국 외에 대만(구자청 감독), 말라위(박영숙 감독), 말레이시아(이재형 감독), 스페인(조형목 감독) 등 4개국 양궁 대표팀도 한국인 지도자의 힘을 앞세워 메달을 노리고 있다.
중국 유도 대표팀의 정훈 감독도 위협적인 존재다. 런던올림픽에서 김재범ㆍ송대남의 금메달을 이끌어 낸 정 감독은 중국 대표팀 부임 2년 6개월 만에 남자 선수 4명의 세계랭킹을 130위에서 20위권 안으로 끌어올렸다.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겨줄 것이 유력한 사격 진종오(37·KT)의 스승 김선일 감독이 이끄는 대만 사격팀도 경계 대상이다. 김 감독은 “대만 선수 4명이 결선에만 오른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탁구에선 1989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권미숙 감독이 필리핀 대표팀을 맡았다. 필리핀 탁구팀은 권 감독의 지도 아래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일궈 냈다. 캄보디아 태권도 대표팀을 맡고 있는 최용석 감독 역시 종주국인 한국 태권도에 도전할 예정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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