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홍성지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9> 백이 열심히 추격했지만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박정환이 1로 좌변을 지켰을 때 홍성지가 상변에 2로 쳐들어 간 게 세 불리를 의식한 마지막 승부수다. 그냥 평범하게 둬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3부터 6까지는 외길수순이고 흑이 11로 잇기 전에 먼저 좌변을 7로 넘어간 게 기민했다. 좌변 백이 아직 미생이므로 A로 받아 달라는 얘기다. 이 교환은 당연히 흑이 이득이다.
이 장면에서 홍성지가 먼저 좌하귀에 8로 치중해서 9로 받는 것을 확인한 후 10으로 1선에 먹여 친 게 좋은 응수다. 이때 흑이 덜컥 <참고1도> 1로 백 한 점을 따내면 큰일 난다. 2부터 5까지 좌변 백이 선수로 완생한 다음 상변을 6으로 끊어서 단박에 역전이다.
박정환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얼른 11로 상변을 이은 다음 12 때 13으로 백 한 점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백의 승부수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홍성지가 14, 16을 선수해서 좌변 백을 확실히 살아둔 다음 상변에서 20으로 밀고 나와 석 점으로 키워 죽인 건 어차피 흑이 백돌을 다 놓고 따내야 하므로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지만 그래도 이보다는 <참고2도> 1로 단수 쳐서 흑 두 점을 잡는 게 더 나았다. 실전에서는 25, 27로 흑돌이 살아갔기 때문에 나중에 좌상귀에서 백이 크게 손해를 보게 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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