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에 불고기, 장아찌, 오이와 당근, 된장 그리고 김치.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락 메뉴지만 지구반대편 브라질 리우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태극전사들에게는 ‘밥심’의 원천이다.
리우올림픽 선수촌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코리아 하우스’에는 한국 선수들을 위한 급식지원센터가 있다. 신승철 검식사와 조성숙 영양사 그리고 12명의 조리원 등 14명의 조리팀이 이곳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선수단에 제공한다.
올림픽 선수촌 음식이 한국 선수들 입에 맞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식지원센터는 더욱 바빠졌다. 선수들이 너도 나도 도시락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석 대한체육회 선수촌관리부 주무는 “선수단이 원하면 가급적 다 들어준다는 방침이지만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해서 하루 한 끼, 주로 점심 때 도시락이 나간다”고 말했다. 코리아 하우스 공식 개관식이 있었던 현지시간 3일 오전에도 주방에 있는 조리팀원들은 100인분의 점심 도시락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12시간의 시차 등 낯선 환경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에 대한체육회는 어느 대회보다 급식 제공에 많은 신경을 썼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조리팀이 단 2명뿐이었고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도 5명이었지만 이번에는 3배 가까운 인력을 배치했다.
체육회는 이미 지난 4월에 쌀과 김치류, 고기국물 등을 배편으로 먼저 리우로 실어 날랐다. 지원석 주무는 “항공은 여러 가지 절차가 복잡해 선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식자재는 현지에서 공수하는데 고기와 야채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1주일에 두 번 상파울루에서 가져온다. 그밖에 자잘한 재료들은 리우에서 직접 구입한다.
도시락 맛을 못 잊은 일부 선수들은 저녁 때 직접 코리아 하우스를 찾기도 한다. 2일에는 펜싱과 배구대표팀이 다녀갔고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는 진종오(37) 등 사격대표팀도 3일 저녁 방문해 한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 조성숙 영양사는 “선수들이 도시락 덕분에 힘이 난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성조 코리아 하우스 단장도 “선수단이 우리나라에 온 것 같은, 내 집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리아 하우스는 급식센터 외에도 선수들이 경기 뒤 휴식을 취하며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도 운영한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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