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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국내 항공사들 정말 ‘우수’한가요?

입력
2016.08.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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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5 항공교통서비스평가 결과. 국토교통부 제공
2014~2015 항공교통서비스평가 결과. 국토교통부 제공

국내 7개 국적 항공사가 정부가 실시한 서비스 평가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대한항공ㆍ진에어ㆍ에어부산은 6단계 평가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매우 우수’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ㆍ제주항공ㆍ이스타항공ㆍ티웨이항공 또한 2번째로 높은 ‘우수’등급으로 평가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4~2015년 항공교통서비스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등급은 매우 우수(A), 우수(B), 보통(C), 미흡(D), 불량(E), 매우 불량(F) 등 총 6단계로 구분됩니다. 평가 항목은 정시성, 안전성, 피해구제(지연ㆍ결항), 이용자 만족도(교통ㆍ부대시설) 등 4가지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평가 결과를 두고 다양한 뒷말이 나옵니다. 우선 항공사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반쪽’평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의 하위 항목인 ‘안전성’을 평가할 때 국내 항공사가 평가 기간(2014~2015년) 중에 일으킨 ‘항공안전장애’ 236건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항공안전장애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준의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는 않으나 분명 승객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 위험’에 해당합니다. 최근 대한항공의 앞바퀴 펑크 사고가 대표적인 항공안전장애입니다. 이런 작은 사고들을 평가 대상에서 배제한 결과, 국내 7개 항공사 모두 이번 평가의 안전성 항목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습니다. 시장에서 “정부가 항공사의 안전 능력 ‘인플레이션’을 도와줬다”는 볼멘 어린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은 국내 항공사들이 종합평가에서는 높은 등급을 받은 점 또한 논란의 여지가 남습니다. 이번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의 세부 항목 중 소비자 권익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피해구제와 이용자 만족도 분야에서 7개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제주항공(우수)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 4곳은 이용자 만족도 분야에서 모두 C등급으로 평가됐습니다. 정시성ㆍ안전성 분야에서 최고 수준(A)을 기록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또한 피해구제와 이용자만족도 부문에서는 B~C등급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7개 항공사의 종합 평가 결과는 A 혹은 B등급입니다. 이에 국토부 측은 “종합점수를 산정할 때 각 항목별 가중치를 달리한다”며 “정시성ㆍ안정성 항목의 비중이 피해구제성ㆍ이용자만족도 보다 높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57분께 일본 나리타에서 제주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718편(737-900기종)이 착륙 후 바퀴가 터지는 사고가 났다. 이날 오후 공항과 항공사 관계자들이 사고 항공기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57분께 일본 나리타에서 제주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718편(737-900기종)이 착륙 후 바퀴가 터지는 사고가 났다. 이날 오후 공항과 항공사 관계자들이 사고 항공기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무 특성상 해외에 나갈 일이 많은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의 한 대표는 “지연이나 결항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자세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사후 보상에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국내 항공사들의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항공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평가와 관련한 항목이 종합 결과 산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하는 게 당연한 상식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일종의 ‘밀실 심사’가 결과 발표 후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결과를 발표한 이후 세부적인 평가 점수와 항목별 배점, 가중치 등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비공개 평가는 항상 다양한 추측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세부 평가 항목인 정시성(A)ㆍ안전성(A)ㆍ피해구제(B) 부문에서 모두 동일한 등급을 받았습니다. 유일하게 양사의 등급이 엇갈리는 부분이 이용자만족도입니다. 이 항목에서 제주항공은 B등급을 받았고, 진에어는 C등급으로 평가됐습니다. 세부 항목별 등급을 기준으로 한 평가 결과는 제주항공이 진에어를 앞서는 셈입니다. 그러나 종합 등급에서는 진에어가 A등급, 제주항공이 B등급으로 평가됐습니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연히 같은 등급 내에서도 세부적인 점수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 않다 보니 평가를 받은 항공사 사이에서도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종합 등급 기준 모두 B학점을 받은 저비용 항공사의 성적표를 두고 이른바 ‘자화자찬’평가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대학의 항공학과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영국 스카이트랙스(Skytrax)와 같은 공신력 있는 국제 항공업계 서비스 평가 기관으로부터 국제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국토부의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크게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국제 기관들의 객관적인 평가 자료가 축적된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런 점에 비춰 자국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이 같은 국토부의 평가가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번 평가를 두고 각종 뒷말이 흘러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다수 국민이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훌륭하다”는 국토부의 평가 결과에 전혀 공감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앞으로 피해구제, 안전성 등 세부 항목별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항공사로부터 평가 결과에 따른 서비스 개선 계획을 제출 받고, 이를 이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개선안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게는 ‘사업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 상태입니다. 서비스 개선을 통해 앞으로는 국민들이 마음으로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에 ‘A등급’을 부여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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