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ㆍ우리銀 10억대씩 지출
경제분석 용역엔 1억6000 들어
무혐의 결론에도 ‘상처뿐인 승리’
최근 ‘용두사미’로 허무하게 막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그간 법률 자문비용 등으로 44억원 넘는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4년여에 걸친 조사의 승자는 공정위도, 은행도 아닌 대형로펌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KB국민ㆍSC제일ㆍ농협)이 2012년 7월 공정위의 조사 착수 이후 최근까지 로펌 등에 지불했거나 올 연말까지 지불해야 할 돈은 44억1,000만원에 달한다.
돈은 덩치 큰 은행들이 더 많이 썼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한 신한ㆍ우리은행은 각각 10억8,000만원과 10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세종에 자문을 맡긴 하나은행은 9억1,000만원을, 율촌을 선임한 국민은행은 5억5,000만원을 각각 썼다. SC제일은행(광장)과 농협은행(세종)은 이보다 적은 3억7,000만원과 3억2,000만원을 들였다. CD금리 사건으로 김앤장은 총 21억원을, 세종은 12억3,000만원을 챙긴 셈이다.
여기에 은행연합회가 공동 대응을 위해 교수들에게 1억6,000만원짜리 경제분석 용역을 맡기면서 각 은행들은 분담금으로도 2,670만원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이들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2009년부터 CD발행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을 조사해 왔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며 조사는 4년 가까이 늘어졌고 공정위 전원회의는 결국 지난달 초 증거 부족을 이유로 심의 절차를 종결,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은행들에게는 ‘상처뿐인 승리’였다. 통상 법원의 민사소송에선 소송을 이긴 쪽이 진 쪽에 법률 비용을 전가할 수 있지만, 공정위 결정은 그럴 수 없어 은행들이 법률 자문비용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박용진 의원은 “공정위의 무능이 로펌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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