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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악취에 잠 못 이루는 충남 내포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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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악취에 잠 못 이루는 충남 내포신도시

입력
2016.08.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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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5㎞ 내에 가축 25만마리 사육

분뇨 냄새 등으로 창문도 못 열어

충남도청 등이 이전한 내포신도시 주민 1만6,600여명이 신도시 인근 축사 악취 때문에 폭염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신도시 내 충남도청과 아파트단지
충남도청 등이 이전한 내포신도시 주민 1만6,600여명이 신도시 인근 축사 악취 때문에 폭염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신도시 내 충남도청과 아파트단지

“폭염에도 악취가 심해 창문도 못 엽니다.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사온 것을 후회합니다”

충남 홍성ㆍ예산지역에 조성된 내포신도시의 건물들은 섭씨 30도가 넘는 가마솥 더위에도 창문이 굳게 닫혀 있다.

아파트 8,700여가구를 비롯해 다가구주택 등 1만여가구가 약속이나 한 듯이 창문이 닫은 이유는 인근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신시가지로 퍼져 오기 때문이다.

내포신도시 주변 5㎞ 이내에는 448개 농가에서 돼지 6만2,000마리 등 모두 25만마리의 가축을 기르고 있다.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연간 18만1,000톤에 이른다.

내포신도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0)씨는 “지난해 조만간 축사 악취 문제 해결된다고 해서 이사했는데 축사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창문개방은 물론 빨래건조 조차 어렵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곳은 2013년 충남도청을 시작으로 교육청과 경찰청 등이 대전에서 이전하면서 조성된 신도시로 2020년까지 인구수 1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유입과 학교, 의료, 문화시설 등의 정주시설 부족으로 6월 현재 인구는 1만6,600여명에 불과한 미니도심 수준으로 멈췄다.

이처럼 도시 성장이 더딘 이유로 축사악취가 손꼽히고 있다.

홍성군은 전국 최대 축산단지이지만 일부 축사의 축산분뇨 처리가 효율적이지 않은데다 분뇨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농가가 많다 보니 주변 주민들은 일년 내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충남도 내포신도시 홈페이지에 7월 한 달간 올라온 주민 건의 사항 44건 가운데 축산 악취 관련 민원은 절반을 넘는 27건에 달했다.

주민 정모(38)씨는 “2년 전 이사온 이후 매일매일 반복되는 냄새와의 전쟁이 일상이 됐고 다른 지역에 가면 옷에서 화장실 냄새가 난다며 눈총을 받는다”며 “도시를 떠나 매연이 없는 전원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심한 악취 때문에 다시 대전시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충남도와 홍성군은 신도시 조성 단계부터 악취 제거를 위해 미생물 환경개선제를 보급하고 토양미생물과 각종 미네랄 효소가 함유된 활성수를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매월 축사 대청소의 날을 운영하는 한편 양돈농가 주변에 향기가 강한 측백나무 심기 운동 등을 전개했다.

도는 지난달 축산악취 특별 합동점검에 나서 ▦시설용량 대비 가축분뇨 과다보관 ▦불법 배출시설 및 재활용시설 설치운영 ▦축사주변 농경지 등에 가축분뇨 및 퇴비와 액비의 야적과 투기 금지 ▦가축분뇨 등으로 인한 축사주변 및 공공수역 오염 행위 등을 집중 점검했다.

그러나 축사 이전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악취문제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악취 개선을 위해 축산환경관리원의 컨설팅을 받은 결과 가축 분뇨보다 축사 내부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심한 편”이라며 “주민들의 축사이전요구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형국으로 현실적으로 어렵고 전문가들과 함께 악취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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