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음주운전 경력에 이어 논문표절 의혹까지 불렀다. 경찰 간부 지위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찰청장 후보자의 자질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책임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2000년 연세대 행정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논문의 상당 부분이 3건의 다른 연구보고서와 논문을 인용 표시나 각주 없이 표절했다. 심지어 오타까지 그대로 베낀 대목까지 있다고 한다. 표절검사 프로그램 검증 결과 이 후보자 논문의 총 표절률은 32%로 나타났다. 표절률이 20~30%면 논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학계의 기준으로 보면 학위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고위공직자가 되기에는 중대한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이 후보자는 강원경찰청에 근무하던 1993년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벌금 100만원의 처분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그는 점심 때 술을 마신 뒤 사고를 냈다고 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엄격해졌다. 경찰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이번 8ㆍ15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음주운전 사범을 제외하도록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했다. 이런 마당에 경찰 총수 후보자가 음주운전 사고로 벌금형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또 2005년 정선경찰서장 재직 중 얻은 개발 정보로 강원 횡성군의 대지를 매입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에 음주운전, 논문표절까지 도덕성에 두루 흠집을 가진 그가 고위공직자로서 부적격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은 우병우 수석이 맡았다. 우 수석은 진 검사장에 대한 인사검증 실패 책임론과 함께 본인 및 가족 관련 의혹으로 특별감찰을 받고 있다. 비리 의혹에 휘말린 당사자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이 후보자 부실검증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조만간 일부 장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대법관 등 새로 임명해야 할 고위직만 수십 명에 이른다. 우 수석이 이들에 대한 검증을 계속 맡으면, 이 후보자 같은 경우가 또 나오지 않을 수 없고, 검증 대상자들도 곧이곧대로 결과를 수긍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