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옷ㆍ장신구 국내 첫 공개했던 김순희 편물명장
“비운의 황족 덕혜옹주가 새롭게 조명돼 마음에 짐을 덜었습니다.”
덕혜옹주의 옷과 장신구를 일본에서 찾아 국내에 처음 공개했던 김순희(85) 초전섬유ㆍ퀼트박물관장은 최근 영화개봉으로 덕혜옹주의 생애가 재조명받는 것에 대해 기쁘다고 말했다.
“덕혜옹주가 돌아가시기 2, 3년 전이었죠. 1962년 일본에서 귀국해 이복오빠인 영친왕의 부인 고 이방자 여사와 함께 창덕궁 낙선재에서 지내던 옹주가 근처 철쭉을 구경하던 모습을 뵀습니다. 옹주는 당시 3명이 부축해야 겨우 문턱 하나 넘을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쇠약했습니다.” 뜨개질 취미를 매개로 이방자 여사와 친분이 깊던 김 관장은 낙선재에 들렀다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1912∼89)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김 관장은 이를 계기로 조선 궁중의상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 1984년 이 여사 제안으로 ‘조선왕조궁중의상’이라는 책을 펴내고, 일어와 영어로도 번역 출간했다. 또 일본 문화학원 이사장과 50년간 맺은 인연을 토대로 일본에 있던 옹주의 전통 옷 일부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2012년 12월 국립고궁박물관 ‘덕혜옹주 탄생 100주년 & 환국 50주년 기념 전시회’에 김 관장이 수집한 옷이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김 관장이 당시 국내에 들여온 당의, 홍색 스란치마, 풍차바지, 반회장저고리 등 옹주의 유품 7점은 지난해 6월 우리나라에 환수돼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김 관장은 “옹주가 결혼할 때 황실에서 일본으로 보냈지만 입어보지도 못한 옷”이라고 밝혔다.
서울 충무로 토박이로 1955년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김 관장은 유학 준비 중 어려워진 가정형편에 편물가게를 열고 생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개인 전시회에 출품한 체육복이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전공을 살려 1962년 편물학원을 열고, 후학 양성과 함께 50여회 해외전시를 열며 국내 섬유예술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우리 조각보는 둥글고, 모나고, 네모난 모든 것을 허물없이 감싸줘 품에 안는 어머니의 마음 같아요.” 김 관장은 소중하고 귀한 우리 것을 다음 세대에 전할 의무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