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새로운 유전자 공학기술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국 학자가 진위 논란 끝에 결국 국제학술지의 검증조사를 받게 됐다. ‘중국판 황우석 사태’에 중국 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홍콩 봉황망 등에 따르면 영국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한춘위(韓春雨) 중국 허베이(河北)과학기술대 연구팀이 지난 5월호에 발표한 유전공학 기술 관련 논문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검증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대변인은 “일부 학자들이 논문에서 제시된 기술을 재생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해왔다”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 팀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게재 논문에서 유전자 편집에 사용되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기술보다 더 효과적인 NgAgo-gDNA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퍼는 DNA의 특정 부분을 인지해 잘라내고, 그 틈에 원하는 유전자를 넣거나 바꿀 수 있는 유전공학 기술이다. 세계 유전공학계는 유력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지난해에 최고의 과학기술 성과로 인정한 크리스퍼보다 더 뛰어난 기술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NgAgo 기술은 초정밀도로 DNA를 직접 편집할 수 있는 특수 박테리아로 ‘인간 디자인’은 물론 암 치료와 노화방지까지 적용 가능한 ‘생물공학계의 혁명’으로 불렸다. 논문 발표 이후 한 교수팀이 제시한 방법대로 실험을 수행해 성공한 사례가 나왔고, 일각에선 한 교수팀을 노벨상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학자들로부터 의문이 제기됐다. 호주국립대 게이탄 부르지오 박사는 “심층 조사 결과 한 교수팀의 기술이 포유동물의 유전자를 전혀 바꿀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고,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생물공학센터의 루이스 몬톨리우 교수도 “모든 학자들이 쓸데없는 낭비를 피할 것을 권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이미 수 차례 반복실험한 결과에 대한 외부 의견에 일일이 답변하느라 힘을 쓰고 싶지 않다”면서 “동료 학자들간의 상호심사가 가능한 공식 논문 발간을 위해 그간 제시한 기술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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