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은 그냥 가난한 사람들”
인권단체, UN에 잔혹 행위 제동 요청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초법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필리핀 인권단체들이 유엔에 제동을 걸어 달라고 요청했다(▶ 필리핀의 ‘징벌자’ 두테르테).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국제인권감시기구 등 300여개 필리핀 인권단체들은 이날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DOC)와 국제마약통제단(INCB)에 공동 서한을 보내 필리핀 정부의 마약 용의자 즉결 처형에 공개 대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을 서한에서 “두테르테 정권의 잔혹한 마약 단속에 유엔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희생된 이들은 마약 조직의 거물도 아닌 평범하고 가난한 필리핀 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약 범죄를 뿌리뽑겠다며 마약상이나 마약중독자에 대한 즉결 처형을 허용했다. 지난 6월에는 국민들을 향해 “당신의 주거지역에 범죄자들이 있다면 직접 쏘아 죽여도 좋다”고 말했고, 경찰에는 “마약범 1,000명을 죽인다 해도 내가 보호하겠다”고 살인면허를 줬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마약을 이유로 경찰과 민간 자경단원에게 살해된 희생자는 704명에 달한다.
INCB는 인권단체들의 서한에 대해 “(대응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리핀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에도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도살당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게 유엔”이라며 “그러니 그저 닥치고 있어라”고 막말을 퍼부은 바 있어 국제기구의 제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여론조사 업체 펄스 아시아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두테르테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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