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영어교사 A(24)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1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최종 목적지는 강원 태백시. 하지만 항공기가 지연되면서 A씨가 지방행 버스 매표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버스가 모두 끊긴 뒤였다.
낙담하고 있는 A씨에게 다가온 사람은 콜밴기사 조모(52)씨였다. A씨는 조씨를 택시기사로 알고 오후 11시 20분쯤 별 의심 없이 차량에 올랐다. 목적지에 도착한 A씨는 미터기를 보고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미터기에는 75만원이 찍혀 있었다.
A씨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돈을 인출해 조씨에게 70만원을 건넸다. 조씨는 선심 쓰듯 5만원을 깎아줬다. 인천공항에서 태백시까지 택시요금이 통상 30만원 정도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두배 넘게 받은 것이다.
부당한 요금을 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A씨는 한국인 친구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고 A씨의 친구는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경찰에 신고했다. 조씨는 경찰이 다른 인천공항 콜밴기사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자 신고한지 3시간 만에 자수했다. 조씨는 A씨에게 요금도 환불했다.
조사 결과 조씨는 콜밴에는 장착할 수 없는 미터기를 요금이 비싸게 나오게 조작한 뒤 차량에 설치해놓고 외국인을 상대로 통상 요금의 2, 3배에 이르는 부당요금을 받았다. 콜밴은 인천공항-서울 용산ㆍ종로 7만원 등 거리마다 책정된 요금을 받아야 한다. 요금표도 비치해야 한다.
조씨는 길을 돌아가는 수법으로 부당요금을 더 받아냈는데 지난달 27일에도 인천공항에서 태백시까지 바로 가로 가지 않고 강릉으로 우회해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에서 태백시까지는 최단 거리가 286㎞이지만 강릉으로 우회할 경우에는 거리가 430㎞로 늘어난다.
인천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조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인천공항 지방행 버스 매표소 앞에서 막차를 놓쳐 서성이는 외국인들을 노리는 등 악의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판단해 형사 입건했다”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바가지요금을 받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경우에 대해 면밀히 수사해 강력히 처벌하는 등 단속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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