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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꿀팁] 오랑우탄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팜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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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꿀팁] 오랑우탄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팜유 때문

입력
2016.08.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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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직전에 구조된 어미 오랑우탄과 아미 오랑우탄. 인터내셔널 애니멀 레스큐
아사 직전에 구조된 어미 오랑우탄과 아미 오랑우탄. 인터내셔널 애니멀 레스큐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서(西)칼리만탄 주 서쪽에 있는 심팡티가(Simpang Tiga)라는 마을에서 아사 직전의 어미 오랑우탄과 아기 오랑우탄이 구조됐다.

동물구조단체 ‘인터내셔널 애니멀레스큐(International Animal Rescue·IAR)’가 오랑우탄이 농작물을 해치고 있다는 농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 오랑우탄 모자는 극심한 영양결핍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구조대원에 따르면 이들은 서식지에서 쫓겨나 쉴 곳도, 먹을 것도 없이 몇 달을 헤맨 것으로 보였다.

어미 오랑우탄은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구조하기 위해 마취총을 세 번이나 쏘아야 할 만큼 필사적으로 아기를 지키려고 했다. 마취총을 맞고 쓰러진 어미의 몸에 매달려 떨어지려 하지 않는 아기 오랑우탄의 얼굴은 엄마를 잃은 어린 아이의 표정과 다를 바 없었다. 구조대원들은 이들에게 ‘엄마 남(Mommy Nam)과 ‘아기 남(Baby Nam)’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랑우탄은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나무와 나무 사이로 옮겨 다니며 보내고, 쉴 때도 나무 위에 나뭇잎과 가지로 둥지를 만들어 휴식을 취한다. 나무에 달린 무화과, 리치, 망고 같은 과일을 먹고 산다. 한 때 동남아시아 대륙 넓은 지역에 분포하던 오랑우탄은 이제 보르네오 섬과 수마트라 섬에만 남아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23만 마리에 이르던 오랑우탄은 불과 한 세기 동안 그 수가 급감해, 지금은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경우 5만 5,000 마리,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7,500마리만 남아있다. 지난 7월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멸종위기 등급을 ‘멸종위기종(Endangered)’에서 ‘심각한 멸종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로 상향 조정했다. ‘야생상태절멸(Extinct in the Wild)’의 바로 전 단계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금 이 상태로 개체수가 줄어든다면 1950년에서 2025년까지 보르네오 오랑우탄 개체수의 감소율은 86%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면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인터내셔널 애니멀 레스큐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면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인터내셔널 애니멀 레스큐

오랑우탄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팜유(Palm Oil) 때문이다. 기름야자의 열매에서 추출하는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빵, 과자, 시리얼, 라면, 초콜릿, 마가린 등의 가공식품부터 비누, 세제, 립스틱, 면도크림 등의 생활용품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소비재의 절반에 함유되어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오랑우탄의 서식지인 열대우림을 태워 기름야자 농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1 년에 소비되는 팜유는 50억 톤에 달하는데, 이 중 85%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다. 세계자연보전기금(WWF)에 따르면 한 시간에 축구장 300개의 면적에 달하는 숲이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사라지고 있다.

숲을 태워 팜 농장으로 바꾸는 생산방식은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오랑우탄에게는 치명적이다. 발견되는 오랑우탄은 사살되거나, 불타 죽거나, 맞아 죽는다. 설령 살아남았다 해도 서식지에서 밀려나는 순간 오랑우탄의 삶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다. 숲이 사라져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오랑우탄은 사람이 사는 곳이나 농장 근처로 내려온다. 가난한 인도네시아 농민들에게 농작물을 훔쳐 먹으려는 오랑우탄은 해충이나 다름없다. 2006년에만 1,500마리의 오랑우탄이 농장의 일꾼들에게 몽둥이로 맞아 죽었다. 매년 칼리만탄에서만 2,000마리가 넘는 오랑우탄이 목숨을 잃는다.

오랑우탄은 새끼가 다 자랄 때까지 어미가 새끼를 돌본다. 방향감각을 잃고 굶주림에 지쳐 나무에 오르지 못하는 어미와 새끼 오랑우탄은 쉽사리 사냥꾼의 표적이 된다. 사냥꾼들은 오랑우탄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주변 나무를 자르고, 어미는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실신할 정도로 때려눕힌 후 새끼를 빼앗는다. 사살된 오랑우탄은 식용(bush meat)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 신체 부위는 약재로 사용되고, 두개골 등은 전리품으로 거래된다. 새끼는 포획되어 애완용이나 전시용, 호객행위 용으로 암시장에서 거래된다.

포획된 새끼 오랑우탄은 대부분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어린 나이에 어미가 잔인하게 도살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봐야 했던 새끼 오랑우탄은 이곳 저곳으로 팔려 다니는 동안 열악한 사육장에 갇혀, 제대로 된 먹이도 먹지 못한다. 영양실조에 걸려 죽거나, 면역력이 약해져 사람에게 질병이 옮아 죽기도 한다. 어린 오랑우탄은 훈련이 쉽고 사람을 잘 따라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지만, 성체가 되어 다루기가 힘들어지면 열악한 케이지에서 비참하게 생활하거나 버려진다.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04년에는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원탁회의(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RSPO)’가 결성되었다. 팜유 생산업, 가공업, 유통업, 구매기업, 판매업, 금융기관, 환경단체 등 2,941개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RSPO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팜유를 사용한 제품을 인증하는 인증마크(Certified Sustainable Palm Oil, CSPO)를 발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LG생활건강이 2015년 처음으로 인증마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된 지 두 달 만인 지난 4월, 엄마 남과 아기 남은 야생으로 돌아갔다. IAR의 구조팀은 오랑우탄 모자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추정되는 구눙팔룽(Gunung Palung) 국립공원의 깊은 숲 속에 이들을 방사하기 안전한 곳을 찾아냈다. 이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어렵게 치료를 마쳐도 구조된 오랑우탄을 돌려보낼 수 있는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될 때와 마찬가지로 마취 상태에서 숲 속으로 옮겨진 엄마 남은 눈을 뜨자마자 아기를 등에 업고 밀림 안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오랑우탄 모자가 숲 속에서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또 아기 남이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다시 새끼를 낳아, 수많은 아기 남들이 숲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멸종위기 오랑우탄을 돕는 법 보기

이형주 동물보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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