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종용ㆍ바우처 사용 강권에
전업주부들 스트레스 토로
교사들은 일손 부족에 시달려
학부모들의 수요에 맞는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맞춤형 보육이 시행 한 달을 맞고 있지만 보육 현장의 혼란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맞춤형 보육은 영ㆍ유아(만 0~2세)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나눈 제도로, 지난달 1일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각종 편법이 난무하면서 학부모와 어린이집 등 보육 주체로부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맞춤형 보육으로 인해 ‘어린이집 눈치보기’정도가 이전보다 배로 가중됐다고 입을 모은다. 어린이집들은 맞춤반 아이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종일반보다 적은 점을 악용해 학부모들에게 취업을 종용하거나 ‘긴급보육바우처(비상 상황에 쓸 수 있는 월 15시간 추가 사용권)’ 이용을 강권하고 있다. 두 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전업주부 김모(33)씨는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으로부터 감시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등ㆍ하원 기록기까지 설치해 오후 3시30분인 하원 시간을 10분만 넘겨도 오후 4시 하원으로 계산하는 등 바우처 사용과 초과비용 지불을 유도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종일반 신청을 위해서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빙서류를 주민센터에 제출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은 이 서류에 담겨 있는 직장이나 소득 수준 등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맞벌이 부모가 눈치보지 않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워킹맘들의 고민도 줄지 않고 있다. 26개월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직장인 정모(32)씨는 “종일반이 오후7시까지 운영되지만 오후5시면 아이를 데려오곤 한다”며 “일부 학부모가 재직증명서를 꾸며내는 식으로 종일반에 아이를 밀어 넣은 뒤 일찍 데려가는 바람에 내 아이가 마지막에 남을까 서둘러 데려 오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들 역시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 민모(56ㆍ여)씨는 “정부의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돼 등ㆍ하원 시간과 학부모들의 바우처 사용 여부를 꼼꼼히 기록해야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와중에 서명을 받고 상담까지 병행하고 있어 늘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보육 주체들의 불만이 쌓여 가고 있는 만큼 정책 보완은 불가피해 보인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 점검 등 사후 관리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와 어린이집 측 의견을 꾸준히 수렴해 맞춤형 보육을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관계자는 “시행 초기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적극적 계도에 나서고 있지만, 보완할 점도 분명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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