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갑작스런 ‘헌법 소책자’열풍이 불고 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헌법과 독립선언서가 담긴 1달러짜리 소책자가 일일 판매 2위에 올랐다. 무슬림계 참전용사 유가족인 칸 일가를 공격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반감이 헌법책의 ‘이상한’ 인기로 이어졌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참전용사 후마윤 칸 대위의 아버지 키즈르 칸은 지난 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면서 헌법이 담긴 소책자를 들어올려 여러 차례 흔들었다. 이어 30일 트럼프 후보가 키즈르 칸의 부인 가잘라 칸이 발언권을 얻지 못한 것은 이슬람교의 가부장제 때문이라고 반격하자 논란이 커지면서 헌법 소책자도 주목을 받았다. 30일 오후 기준으로 10위권 안에 들었던 소책자는 공화당측 폴 라이언 하원의장실에서 1일 라이언 의장이 오른손에 소책자를 든 사진을 게시하며 일간 판매 2위까지 점령했다.
엄밀히 말하면 2위에 오른 책자는 키즈르 칸이 들고 있던 책자가 아니라 보수 성향 단체 미국헌법연구센터(NCCS)가 2005년 출간한 책이다. 극우주의자 클레온 스코우센의 “미국 헌법은 신이 내린 것”이란 주장을 주석으로 담고 있어 내용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대안으로 순수하게 헌법 조문과 독립선언문만을 담은 크리에이트스페이스 독립출판사의 2013년 출판본이 아마존 실시간 판매순위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키즈르 칸이 들고 있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판 책자는 5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ACLU는 칸의 연설을 기념해 미국 대선일인 11월 8일까지 책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배포했다.
이날 1위는 영국 소설가 조앤 롤링의 유명한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이야기를 다룬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대본이 차지했다. 바로 전날인 31일 발매된 책이다. 10위권 안에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신비한 동물 사전’ 등 3권이 더 들어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해리 포터 열풍이 부활한 틈새로 헌법책의 성공이 더욱 눈에 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헌법책은 원래 우파 성향 ‘티파티’ 집회에서 시위도구로 애용됐지만 최근에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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