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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헬리콥터 머니

입력
2016.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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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와 함께 오늘날의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경제학자로 꼽힌다. 케인스는 그 이전까지의 자유방임적 시장의 약점을 통찰하고, 경제가 최적의 흐름(완전고용)을 유지하려면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공공지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주장이 정책화한 게 대공황 이후 미국의 뉴딜정책이다. 반면, 프리드먼은 반대로 경쟁적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효율을 강조하며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프리드먼의 경제사상은 케인스의 비판으로 폐기되는 듯했던 과거 자유방임적 시장의 효용과 가치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야말로 1990년대 이후 ‘1대 99 사회’로 불리는 극단적 부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이념이라는 점에서 프리드먼은 ‘부자와 금융자본의 앞잡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케인스가 정부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시장을 아예 부정하지 않은 것처럼, 시장을 중시한 프리드먼도 정부와 공공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한 건 아니었다.

▦ 프리드먼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면서 쓴 말이 ‘헬리콥터 머니’다. 그는 1969년 헬리콥터에서 1,000달러 지폐를 뿌리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중앙은행이 돈을 헬리콥터에서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이 담보나 부채 없이 돈을 찍어내 시중에 뿌린다는 점에서 금리를 낮추거나 양적 완화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전통적 통화정책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정책적 대응이다.

▦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으로서는 통화 관리를 포기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따라서 말은많이 떠돌았지만 실제로 적용된 예는 아직 없다. 과거 일본이 저소득층에 소비쿠폰(상품권)을 나눠 준 적은 있지만, 정부 예산으로 집행됐다는 점에서 헬리콥터 머니와는 다르다. 그런데 일본이 2일 300조원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헬리콥터 머니 시행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와 막대한 양적 완화에도 끝내 경기가 되살아나지 못할 경우, ‘최후의 선택’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일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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