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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핀란드의 의원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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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핀란드의 의원회관

입력
2016.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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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예전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건물이 있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둥그스름한 모양의 이 건물은 전면이 유리로 돼 있다. 그래서 동일한 크기의 각 방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잘게 나눠진 방들은 책상과 책장 하나 놓을 만한 작은 공간이었다.

저런 식이라면 사생활이 없겠다 싶어서 현지인에게 무슨 건물인지 물어 보니 바로 핀란드 국회의원들의 집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이었다. 그러고 보니 건물 건너편에 국회의사당 건물이 있다.

핀란드가 의원회관을 투명하게 만든 이유가 있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공직자의 투명성이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세금 공개다. 핀란드는 의원뿐 아니라 모든 공직자와 기업, 국민들의 과세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이웃이 올해 세금을 얼마 냈는지 궁금하면 직접 찾아볼 수 있다.

그 정도로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국회의원들도 엄격할 정도로 청렴한 생활을 한다. 각 의원들은 보좌관도 없이 생활하며 월 활동비 사용 내역을 인터넷과 언론에 모두 공개한다. 그렇다고 활동비가 많은 것도 아니다. 월 986유로, 우리 돈으로 122만원 정도다. 그래서 핀란드 의원들은 출장이나 외부 활동 시 허름한 숙소와 식당을 찾고 일일이 영수증을 챙긴다. 대신 의원들은 대중교통과 비행기를 무료로 탈 수 있는 교통카드를 받는데 사용 내역이 자동으로 기록돼 마찬가지로 공개된다.

식사 대접이나 선물을 받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심지어 회기 중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그만큼 세비를 깎고 여러 번 되풀이 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처럼 의원들이 철저하게 투명한 생활을 하다 보니 국민들의 신뢰도가 아주 높다.

그만큼 세계에서 가장 부패 없는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도 진통을 겪은 적이 있다. 2002년 의회 스스로 국회의원이 뇌물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때였다.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은 아예 뇌물을 받지 않는데 이 법이 왜 필요하냐며 법을 만들면 대외적으로 부패한 국가처럼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 차원의 부패근절 조치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법을 통과시켰다.

이쯤 되면 9월 28일 시행을 앞둔 우리의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은 공직자와 사립교원,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법안을 만든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민원 전달 행위는 제외시켰다. 국회의원들에게 공익 민원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다. 공직자의 자녀나 4촌 이내 친인척의 관련 직무를 금지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너무 광범위한 사람들이 제한을 받는다며 삭제했다.

그렇다면 우리 국회의원들이 예외로 할 만큼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지 자문해 봤으면 좋겠다. 지난 제 19대 국회에서 뇌물 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로 의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경우는 10회 이상, 이번 국회에서도 각 의원실에 보좌진으로 취업했다가 떠나간 의원들 친인척이 30여명이다.

이런 상황에 김영란법에서 이해충돌 방지조항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을 예외로 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투명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핀란드처럼 정치인들을 믿을 수 있도록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전히 달라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모습들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실망만 키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국회의원들이 신뢰를 얻으려면 김영란법 개정을 통해 부정부패 척결에서 결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연진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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