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식 화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담백하고 솔직한 지 금방 알 수 있다. 일단 오연서(29)는 빼는 법이 없다.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애매하게 혹은 미지근하게 답하는 일이 거의 없다. “노코멘트 할 게요” “글쎄, 잘 모르겠어요” “아닌 것 같아요” 등 ‘내숭에 밥 말아 먹는’ 듯한 여배우 멘트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에겐 ‘깍쟁이’ 이미지가 있나 보다. 오죽했으면 영화 ‘국가대표2’(10일 개봉)에 출연한 이유가 “깍쟁이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였을까.
오연서는 ‘국가대표2’에서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하다 국제대회에서 라이벌 선수와의 마찰로 ‘국민밉상’이 되는 박채경 역을 소화했다. 채경은 사고를 친 탓으로 쇼트트랙 선수에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으로 소속이 바뀌는 운명을 맞고 만다.
세계 랭킹 5위까지 올랐던 채경이 후보 선수도 없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들어왔으니 다른 선수들과 부딪히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한 탈북자 리지원(수애)과 티격태격 기싸움을 한다. 자존심 강한 채경을 보여주기 위해 입만 열면 비속어나 욕설이 튀어 나온다.
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연서는 “‘성격이 나쁘다더라’ ‘못되게 생겼다’ ‘까칠할 것 같다’ 등 제 이미지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모두 본다”며 “속상하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칭찬을 받을 땐 기분이 좋아진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최근에는 좋은 댓글이 많아졌단다. 지난 2012년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얄미운 시누이 방말숙을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그러다 MBC ‘왔다 장보리’, SBS ‘돌아와요 아저씨’ 등을 거치면서 연기 변신을 시도한 끝에 악성 댓글이 많이 줄었다고.
“각인된 이미지를 바꾸려고 해보지 않은 캐릭터들에 도전도 많이 했어요. 아직도 해보지 못한 배역에 대한 갈증이 있답니다. 나중에 꼭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악랄한 악역이에요. 남자를 3초 만에 홀리는 팜므파탈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하하”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 여름 대작 빅4와 대결하는데
“‘국가대표2’는 여름용 영화다. 처음 기획부터 아이스하키의 시원한 느낌을 주고 싶어 여름 개봉을 목표로 했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의 평이 다 좋아서 기대하고 있다. 경쟁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영화 모두 다 잘 되었으면 한다. 배우로서 즐거운 일이다.”
-‘국가대표2’의 시사회를 보고 어땠나.
“촬영할 때는 힘들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었던 게 기억이 나더라. 특히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이 스펙터클 하게 잘 나와서 ‘우와!’하면서 봤다.”
-영화 첫 촬영부터 갯벌에서 훈련했는데.
“갯벌 장면이 끝나고 ‘이제 씻고 쉬겠구나’ 했는데 곧바로 논두렁에서 뛰는 장면을 찍어서 힘들었다. 그런데 이 장면이 ‘통편집’ 됐다. 촬영 장소가 시골이라 민박 같은 곳에서 줄을 서서 씻으며 힘들게 찍었는데… 촬영이 고됐는지 여러 배우들이 그 다음날 침을 맞았다고 하더라.”
-관객 300만이 넘으면 춤을 출 거라 했는데 진심인가.
“300만 관객이 돌파하면 섹시댄스를 추겠다고 공약했다. 영화 개봉 날부터 준비할 생각이다. 하하. 500만 돌파하면 수애 언니가, 700만을 넘으면 김예원이 비욘세의 노래 ‘싱글레이디’에 맞춰 춤출 것이다. ‘싱글레이디’도 내가 추천했다.”
-영화를 보니 욕설을 차지게 하더라.
“영화가 12세 관람가여서 제대로 못 보여줬다. 워낙 개그를 좋아한다. ‘이 타이밍에 웃길까 안 웃길까’ 그런 것을 생각하곤 한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차진 욕을 할 때가 오지 않을까. 어제(1일) VIP 시사회 때 초등학생인 사촌동생이 왔었는데 내 욕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고 하더라.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했다. 강한 역할이나 보니 욕설이나 비속어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수애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
“수애 언니를 워낙 좋아했다.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나이차이도 있어서. 처음 인사하는 날 ‘안녕하세요’하는데 발을 삐끗했다. 너무 긴장했던 거다. 언니도 내가 까칠하고 몸 사릴 것 같아 보였다고 하더라. 그런데 머리카락을 과감하게 자르고 온 날 ‘머리 자르는 것 아깝지 않았어?’라고 묻는데, ‘저 워낙 털털하고 남자 같아서 괜찮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때 좋게 봐주셨다. 훈련하면서 더 친해졌다.”
-수애도 오연서를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던데.
“내가 언니와 친해지려고, 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언니와 친해지고 나니 너무 좋았다. 요즘 인터뷰나 무대 인사 다니면 언니가 ‘너희와 다니면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돼’라고 말한다. 우리들이 언니에게 짓궂게 춤추라고 하면, 언니는 또 춤을 춘다. 하하. 언니와 연기하면서 교감할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다.”
-예전 인터뷰에서 배우 하정우와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멋있는 배우인 것 같다. 최근에 영화 ‘암살’ 등을 다 몰아서 봤다. 여전히 하정우 선배님은 멋있더라.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
-(‘국가대표2’에 출연한)오달수가 다리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그런데 오달수 선배님은 영화 ‘마스터’ 촬영이 한창이다. 얼마 전 선배님께 ‘마스터’ 촬영장 놀러 가겠다고 했다. 오달수 선배님이 ‘누가 마음에 드니?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하고 물으시는데, 나는 수줍게 ‘강동원 선배님이요’라고 말해버렸다. 하하.”
-Mnet ‘소년24’의 진행자로도 활약했다.
“도전해봤는데 어렵다. 안 맞는 거 같다. 미숙한 나를 써주셔서 (제작진에)감사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내가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되는 게 많더라. 센스 있고 위트 넘치게 말을 해야 하는데 아닌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방송 진행은 앞으로 안 하는 걸로~ 호호.”
-‘소년24’의 출연자들처럼 어릴 때 데뷔했는데.
“너무 어릴 때 데뷔해서 조금 후회가 된다. 사촌동생의 꿈이 연예인인데 ‘정신차려라!’고 말해준다. 그때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크는 게 더 좋다. 내 경험상 힘들었다. 지방(경남 창녕군)에서 올라와서 부모님을 보지도 못하고.”
-10대 때 올라와 서울 생활이 만만치 않았나 보다.
“촌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촌에서 철없는 중학생이 갑자기 사회에 들어오니 힘들었다. 요즘 어린 (연기자)친구들은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배우가 될 거라면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생각이 좀 세워진 이후에 해도 좋겠다.”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일을 하는 듯하다.
“늦게 사랑 받은 만큼 부지런히 연기를 하고 싶다. 부모님이 오랫동안 기다려줬기 때문에 보답해드리는 마음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 자주 볼 수 없으니까. 지방에 계신 아빠는 내게 일일드라마 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매일매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무명이 길었던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 그래서 주변인들은 나를 ‘오연소’라고 한다. 소처럼 일해서. 하하.”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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