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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특공대' 악당들, 할리 퀸만 돋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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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특공대' 악당들, 할리 퀸만 돋보이네

입력
2016.08.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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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악당들로 구성된 특별한 집단의 활약상을 그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악당들로 구성된 특별한 집단의 활약상을 그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제목을 한국말로 하면 '자살특공대'쯤 된다. 그렇다고 '부대원'이 애국심이나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지는 않는다. 제멋대로 살며 범죄를 유흥처럼 즐기는 악질 중의 악질들이 모였다. 악당질을 위해서라면 자살 행위라 불릴 만한 무모한 짓도 저지를 인물들이 모였기에 ‘자살특공대’란 이름을 얻지 않았을까.

악당들이 모였는데 하는 일은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하는 거다. 나쁜 놈들이 자신들보다 더 나쁜 존재에 대적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지독한 역설이 영화의 바탕인 셈.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존재들에게 관객이 박수 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흥행 포인트다. 코믹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윌 스미스와 미모를 앞세워 빛을 발했던 마고 로비 등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크린 중심에 선 악당들은 나쁜 면에서 각기 장기를 지니고 있다. 데드샷(윌 스미스)은 백발백중의 살인청부업자. 돈을 주면 누구든지 죽여 준다. ‘또라이’라는 별명이 제격인 할리 퀸(마고 로비)은 제멋대로 악행을 저지른다. ‘배트맨’ 시리즈 등을 통해 악명을 널리 떨친 조커(재러드 레토)의 정신 치료를 하다 사랑과 악의 구렁텅이에 동시에 빠졌다. 부메랑을 무기로 쓰는 사기꾼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엘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스) 등도 자살특공대의 부대원들이다.

오합지졸보다 더 지휘하기 힘들 불량 부대원들은 협박에 의해 통솔된다. 미국 정부의 비밀 조직은 이들의 목에 나노폭탄을 삽입해 명령을 어기거나 탈주를 시도하면 바로 폭살한다. 인도네시아 고대 사원을 탐사하다가 마녀의 혼이 깃든 문(카라 델러빈) 박사도 ‘자살특공대’를 조종하는 도구다. 문 박사와 사랑에 빠진 특수부대 장교 에드워즈(스콧 이스트우드)가 부대원들을 지휘하고, 비밀 조직의 국장 월러(비올라 데이비스)는 문 박사의 몸을 차지한 마녀를 제어하는 식으로 부대의 위계질서가 형성된다.

그런데 마녀가 월러 국장의 통제를 벗어나면서 사달이 난다. 마녀는 오빠의 혼을 불러내 대도시를 마비시키고 미국의 안보까지 위협한다. 에드워즈의 지휘로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대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이들은 원치 않게 인류 구원에 나선다.

금기를 즐기는 듯한 매력적인 소재가 일단 눈길을 끈다. 악당들 면면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이는 할리 퀸이다.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옷차림에 개성 넘치는 얼굴만으로도 남녀 관객들의 눈을 독차지한다. 방망이를 휘두르며 좀비 같은 생물체들과 싸울 때는 기이한 성적 매력까지 풍기고, 나쁜 남자 조커와의 사랑에서는 순정을 보이기까지 한다.

이야기 전개는 캐릭터들 매력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간다. 타고난 범죄자들이 알고 보면 사연이 있고, 그들 나름의 법칙과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는 서술은 상투적이다. 악당들이 합심해서 결국 문제를 해결한다는 결론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과연 그들이 꼭 모일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주인공들의 반대편에 선 악이 그다지 악랄하지도 않고, 악당들의 콤비 플레이가 딱히 빛을 발하지도 않는다.

DC코믹스의 동명 만화를 밑그림으로 삼았다. 할리우드의 강자로 우뚝 선 마블코믹스-월트디즈니 연합에 맞선 DC코믹스-워너브러더스 조합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이후 내놓은 두 번째 결과물이다. DC만의 세상을 구축하겠다는 듯 영화 속엔 배트맨이 등장하고, 슈퍼맨이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은 마블을 따라잡기에 힘이 부쳐 보인다. 우주의 악당들이 모여 거대 악에 맞선다는 내용을 담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마블과 디즈니가 만들었다)와 어쩔 수 없이 비교될 수밖에. 우연의 일치일까. 두 영화에는 ‘스피릿 인 더 스카이’(노래 노먼 그린바움)가 공통적으로 흐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이 노래가 더 신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 데이빗 에이어.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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