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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한여름 낮의 꿈

입력
2016.08.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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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내가 예수님 꿈을 꾸었다. 신앙생활은커녕 나 자신을 유물론자는 아닐까 생각하던 중 꾼 꿈이라 더욱 이상했다. 나는 의자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안경을 벗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이마를 짚었다. 나는 그 손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손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곳곳에 있었는데, 이마를 짚은 손에서도 굳은살이 느껴졌다. 그것도 잠깐. 굳은살이 손바닥 한가운데 있고 돌출되었고 까슬까슬하다고 느끼는 순간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에는 중간 가르마를 탄 것처럼 굽슬굽슬한 긴 머리를 양쪽으로 늘어뜨린 한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무섭기는커녕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했다. 그가 한 손으로 내 이마를 짚고는 “너가 선하구나”라고 말했다. 그뿐이었다. 이마에서 손을 뗄 때 축 늘어진 그의 꺼슬꺼슬한 옷자락이 의자 팔걸이에 있던 나의 맨살에 닿았고, 눈앞의 형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친구들에게 그 생생한 꿈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들은 꿈속 남자가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말해주지 않았다며 개꿈을 꾼 거라고 주장했다. 정확한 로또 번호나, 어디에서 사라는 등의 구체적 지시가 전혀 없었다는 것. 그 말을 한 세 친구는 매주 복권을 사고 있고, 나는 한 번도 내 돈으로 복권을 산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내 꿈은 개꿈이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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