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 소속 변호사에게 자신이 근무했던 재판부 사건을 맡게 한 유명 법무법인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징계처분을 받았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처분은 서울변호사회가 재판 공정성을 해칠 소지가 있다며 2014년 8월 조사위원회에 사건을 넘긴 지 약 2년, 변협에 징계개시를 신청한 지 1년 만에 이뤄졌다.
1일 변협 등에 따르면, 변협 징계위원회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소속 최모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법의 수임제한 규정(31조 1항 3호)을 어긴 혐의로 각각 과태료 1,000만원과 견책 처분을 지난달 18일 내렸다.
변협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제한한 이 규정 위반과 관련해 대형 로펌이 징계처분을 받은 것은 태평양이 처음이다. 변호사의 직무윤리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로펌에도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법조계는 평가하고 있다. 변호사법은 수임제한 규정 위반시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로펌도 과태료 등 징계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징계 수위와 관련해 변협 관계자는 “최 변호사는 과거 재판부 때 사건을 맡아 (선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임제한규정 위반 사실이 인정됐지만 직접 기록을 읽고 검토한 것은 확인되지 않아 견책 처분했으며, 로펌에 대해선 과거 징계 전력을 고려해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2014년 포스코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기업 측을 대리했다. 이 사건은 2013년 12월 서울고법 행정7부에 배당됐는데 당시 최 변호사는 로클럭으로 이 재판부에 몸담고 있었다. 그는 이듬해 4월 태평양에 입사했으며, 두 번째 재판 때 이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태평양은 문제가 불거지자 변호사 지정 철회서를 제출했으며 “최 변호사가 로클럭 재직 중 해당 사건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연구원은 재판부 사건 정리 등 법관의 업무보조 역할을 맡는 것이 원칙이나 재판장 재량에 따라 업무범위가 결정되며 2년까지 일할 수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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