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ㆍ이상지질혈증 동반한 당뇨병 치료에 적합
‘당뇨 대란’이다. 당뇨병 환자가 400만 명을 넘었고, 고위험군까지 포함하면 1,000만 명이나 된다. 덩달아 당뇨병약도 춘추전국시대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당뇨병약은 DPP-4억제제다. 같은 계열의 약만 9종류가 되고, 국내외 38개 제약사가 165개 품목을 허가 받았다. 현재 38% 환자가 DPP-4억제제를 처방 받고 있으며, 5년 내 60% 이상이 이 약을 복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당뇨병학회 부회장인 김두만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당뇨병과 당뇨병약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 교수는 “당뇨병 환자 가운데 6%만 치료 목표에 도달할 정도로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게 문제”라며 “조기에 진단해 빨리 치료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젊은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어 생애전환기인 40세에 국가검진을 하기 전에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슐린 분비 잘 안 되는 한국인에게 적합”
김 교수는 “DPP-4억제제가 혁명적인 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DPP-4억제제는 DPP-4 효소를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인크레틴 호르몬 활성을 늘려 혈당 조절 기능을 최적화하고, 저혈당과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을 줄인다”고 했다. 또한 혈중 지질과 혈관 내피세포 기능까지 개선하는 효과도 보이고 있다(‘Nature Reviews Cardiology’ 2013년 10월).
DPP-4억제제는 혈당 수치가 올라가야 작용하므로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인슐린 분비제보다 저혈당 위험이 적다. 간에서 포도당 합성을 억제하는 메트포르민과 병용해 널리 쓰인다.
김 교수는 “DPP-4억제제는 특히 인슐린 분비 기능이 약한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더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DPP-4억제제를 한국과 중국, 인도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18주간 임상 시험한 결과, 당화혈색소(HbA1cㆍ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 7% 이하가 조절 목표)가 1.03% 줄었고, 특히 한국인은 평균 1.37%가 줄었다.
당뇨병 4명 중 3명꼴 이상지질혈증 동반
국내 당뇨병 환자 4명 가운데 3명꼴로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다. 비만과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뇨병 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당뇨병은 혈당 조절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몸무게, 혈압, 지질 등 관련 위험인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별화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13년도 진료지침을 통해 과체중이나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섭취 에너지를 줄여 중등도(몸무게의 7%)로 감량할 것을 권유했다.
DPP-4억제제 가운데 가드렛(성분명 아나글립틴)이 주목 받고 있다. 가드렛은 식사와 관계없이 1일 2회 복용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혈중 지질도 개선하기 때문이다. 가드렛은 당화혈색소 8% 이상군을 대상으로 한 1년 간의 국내 3상 임상(DIANA 302 study)에서 같은 DPP-4억제제인 시타글립틴보다 1.5배의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 또한 총 콜레스테롤과 ‘나쁜’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 감소와 ‘좋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등 혈중 지질을 개선한다. 특히 다른 DPP-4억제제와 달리 비만 환자에게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경증부터 중등도 콩팥 기능장애 환자에게도 용량 조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가드렛의 장기 연구가 아직 나오지 않아 지켜봐야 하지만 고혈당뿐만 아니라 혈중 지질에 다른 DPP-4억제제와 확실히 차이가 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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