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 꿋꿋했던 소년도 희생
지난 달 31일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광란의 질주로 희생된 3명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 인도를 보행하다 숨진 홍모(44ㆍ여)씨는 고등학생 아들 하모(18)군과 함께 부산에 여행 왔다가 변을 당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홍씨는 10여년전부터 혼자 아들을 키우며 경기 부천의 한 실리콘 업체에서 경리직원으로 일하던 가장이었다. 네 자매 중 맏이인 홍씨는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옆 동에 집을 구해 부모님을 모시며 사는 효녀이기도 했다. 아들 하군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바리스타 되려고 준비하던 꿈 많은 학생이었다.
이들은 지난 30일 오후 경기 광명역에서 부산행 KTX에 올랐다. 모처럼 휴가를 맞아 단둘이 여행을 떠났으나 아무런 연고가 없는 처음 방문한 부산에서 어이없는 사고를 당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당일 경찰의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을 의심할 정도로 사고 소식을 믿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홍씨 모자와 함께 숨진 김모(13)군은 정부에서 기초생활 수급 지원을 받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던 밝은 학생이었다. 이날도 방학을 맞아 해운대 친구 엄모(14)군의 집에 놀러 갔다가 헤어진 후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덮친 푸조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김군의 학교 관계자는 “솔선수범해서 학교 청소를 돕는 등 구김없는 성격이었다”고 회고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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