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식사비, 선물 금액 기준 5만원, 10만원으로 상향” 이례적 제안
“김영란법 훼손이 아니라 살리는 길, 정치권 해법 제시해야” 현실론
정진석 “건설적 방향으로 검토 가능” 정부 시행령 완화 개정 촉구 호응
국민의당, 정의당은 일단 ‘법 시행 후 문제점 보완’ 원칙론 유지
권익위 “‘3, 5조항’은 국민들이 가장 타당하다고 본 것” 개정에 부정적
차관회의,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최종적으로 정무적 판단에 나설 가능성도
정치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식사 및 선물 상한액(3만원ㆍ5만원)의 시행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 농축산업계 및 요식업계 등의 반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른바 ‘3ㆍ5 조항’에 대해 이례적으로 제1야당이 총대를 메고 수정 제안에 나섰고 여당이 지원 사격을 벌여 정부 논의가 주목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영란법의 가격 상한 기준을 식사비 3만원을 5만원으로, 5만원 선물은 1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인 합리적이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시행령을 개정해줄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상한 금액을 명시해서 시행령 개정을 공식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우 원내대표는 상한액 상향은 김영란법 제정에 따른 민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김영란법을 후퇴시키는 게 아니라 제대로 살려 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영란법을 좌초시키려는 논리 중 하나가 자영업자들과 농축수산업계의 피해가 크다는 것 아니냐”며 “시행령 기준을 완화해 조정하면 될 일인 만큼, 정치권도 비겁하게 숨지 말고 이들의 우려에 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개 제안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식사 및 선물 상한액을 규정한 시행령은 법 개정 사안이 아닌 만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정부에게 공을 떠넘기는 측면도 깔려 있다. 우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당시 정무위원회가 법안을 논의할 당시엔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 방안에 공감을 했다”며 “권익위가 2003년 공무원행동 강령 기준을 고수하면서 문제가 됐는데, 13년이 지난 만큼 물가 인상을 반영하는 게 합당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새누리당 역시 지원 사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농축수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의 걱정에 대해서도 시행령 제정 준비 작업에 적극 반영해주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가격 기준 상향을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더민주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이 온다면, 유연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데 공조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기본적으로 김영란 법 시행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원칙론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목소리에 대해 권익위는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은 일반 국민들이 가장 타당하다고 밝힌 기준인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요구에다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3ㆍ5 조항 상향을 강력 주장하고 있는 만큼, 막판 부처 협의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제처 심사단계에 있는 김영란법 시행령은 최종 확정 전까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남겨 두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차관회의에서 3ㆍ5조항의 운명이 최종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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