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현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얼마 전 50대 남성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료실을 찾았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판정을 받아 앞으로 먹어야 할 약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만성 B형 간염과 당뇨병 모두 평생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하는 질환이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환자처럼 다른 만성 질환을 동반한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많아졌다. 한 조사결과, 50대 이상의 국내 만성 B형 간염 환자 2명 중 1명은 고혈압, 당뇨병 같은 동반질환을 앓고 있었다. 국내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70% 정도가 40대 이상 중ㆍ장년층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장기간 동반질환을 관리하면서 다른 장기 기능이 악화되지 않았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대부분이 만성 B형 간염과 동반질환을 별개로 여기지만, 동반질환 유무, 복용 약제, 다른 장기 기능에 따라 만성 B형 간염 치료 시 고려할 문제가 많아진다. 최근 30년 동안 신장 기능이 정상 수준의 15% 미만으로 떨어진 말기 신부전 환자 수가 30배 늘었다(대한내과학회). 대부분의 약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는데, 만성 질환 증가로 약을 장기간 먹으면 신장 기능이 떨어진다. 말기 신부전이 되면 투석ㆍ신장이식 등이 불가피해진다. 문제는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말기 신부전의 주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말기 신부전의 48%는 당뇨병, 21.2%는 고혈압이 원인이었다(대한신장학회). 특히 고혈압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쓰이는 이뇨제는 신장 장애를 일으키는 독립 위험인자라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아시아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당뇨병, 고혈압 등 동반질환을 앓으면 콩팥 기능이 더 자주 손상된다.
이처럼 만성 B형 간염 치료에 동반질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어 당뇨병, 고혈압 같은 동반질환을 앓는다면 만성 B형 간염 치료약 선택기준도 바꿔야 한다. 전에는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와 낮은 내성 발현율이 약제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반질환을 앓는 환자, 이뇨제를 먹는 환자 등에게 치료효과가 좋으면서 다른 장기 손상을 최소화해 장기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약제 사용이 중요하다. 특히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콩팥 독성 위험이 낮은 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국내 사망률 2위 암인 간암은 원인의 70%가 만성 B형 간염이다. 따라서 만성 B형 간염 환자라면 정기 검사로 바이러스 증식 상태를 확인하고, 꾸준히 치료해 간경변증이나 간암 여부를 살펴야 한다. 올해부터 40세 이상 간암 고위험군(B형 또는 C형 간염 보균자)은 간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간초음파검사 및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1년에 2번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만큼 이제는 더 장기적 관점으로 콩팥 기능은 유지하면서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간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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