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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악도 언젠간 귀중한 문화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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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악도 언젠간 귀중한 문화史”

입력
2016.08.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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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우리 대중음악에서 아이돌 음악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아이돌 산업을 다양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우리 대중음악에서 아이돌 음악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아이돌 산업을 다양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일본 블로거가 우리나라 1960, 70년대 여성그룹에 대한 웹사이트를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찾기 힘든 다양한 자료와 상세한 글이 있었어요. 아이돌 음악이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문서로 기록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연감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아이돌 음악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본명 문용민ㆍ38) 편집장은 최근 ‘아이돌 연감 2015’를 내놓은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묘 편집장을 비롯해 아이돌로지 필진 7명이 참여한 이 연감은 포켓북 크기에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책이지만 지난해 발매된 아이돌 음반 426장을 목록화하고 그 해 데뷔한 신인 아이돌 가수들의 현황을 나이, 출신지, 키, 별자리 등으로 통계화했다. 아이돌 산업의 최신 경향을 분석한 글도 실려 있다.

미묘 편집장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지난해 서울시가 ‘2015 음악산업 디렉토리북’을 내놓는 등 대중음악에 대한 기록을 보존하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이 돼 있는 것 같다”며 “아이돌 1세대부터 간략하게나마 체계적인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연감을 만들기 위해 필진은 일일이 아이돌 앨범을 구하고, 신인 가수들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기획사에 전화를 돌렸다. 이 과정에서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라진 기획사가 있는가 하면 소속 가수 정보를 알려주려 하지 않는 기획사도 있어 자료를 모으는 데 애를 먹었다. 미묘 편집장은 “내년 연감을 내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하는데 한 번 책이 나왔으니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미묘 편집장은 통일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의 손자이자 오페라 연출가였던 고 문호근씨와 정은숙(전 국립오페라단 단장)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아들이다. 평론가이기 전에 2012년 앨범을 내고 정식으로 데뷔한 일렉트로닉 음악가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음악학 박사과정 도중 “내가 하는 음악과 학교에서 공부하는 음악,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 셋 사이에 차이가 너무 커서” 학업을 그만두고 얼마 전 귀국했다.

그가 아이돌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컴퓨터음악을 전공한 일렉트로닉 음악가로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90년대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자란 세대로서 우리나라 음악의 만듦새가 영미권의 대중음악에 비해 떨어져 아쉬웠는데, 2007년 즈음해서 그런 격차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등이 막 활동을 시작할 때였죠.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음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2012년부터 웹진에 글을 쓰기 시작하다 2014년 국내 최초의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인 아이돌로지를 만들어 비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돌 음악의 생산과 소비에서 젠더의 문제를 다루고, 공장에서 찍어낸 음악이라고 치부하던 아이돌 음악을 화성과 리듬 등으로 쪼개 정밀 분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웹진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대중음악 비평은 아이돌 음악을 음악 자체로 진지하게 보려는 시도가 많지 않았고 비판의 틀도 늘 성 상품화나 공장식 제작 시스템 같은 것에 머물러 있었다”며 “필요 이상으로 아이돌 음악을 폄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이돌 산업의 경향에 대해 그는 “아이돌 음악의 장르적 경계가 확장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아이돌 음악이 댄스음악에서 발라드, 록, 힙합, 트로트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인디 음악가 중에서도 아이돌 산업의 마케팅 방식을 따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또 “2015년은 자본력보다 기획력이 더욱 빛났던 해”라며 “여자친구, 세븐틴, 방탄소년단, 마마무, 오마이걸 등 거대 기획사 소속은 아니지만 섬세하고 꼼꼼한 기획력으로 성공적인 활동을 펼친 그룹들이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아이돌 음악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이돌의 경계가 넓어지고 있으니 그 경계선을 지정하는 작업부터 하려고 합니다. 아이돌 산업과 대중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단계별로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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