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 멘탈 코치들 조언 후
미소 전략으로 ‘새가슴’ 탈출
드라이버 없이도 승승장구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라
‘새가슴’으로 평가절하됐던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 시즌 3연속 우승에 이어 생애 첫 메이저 왕관까지 거머쥐면서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태극낭자 군단의 최대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쭈타누깐은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인근 밀튼 케인스의 워번 골프장(파72ㆍ6,744야드)에서 벌어진 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 오픈(총상금 3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기록,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쭈타누깐은 이번 우승으로 태국 남녀 골프를 통틀어 처음으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선수로 기록됐다. 쭈타누깐은 올 시즌 4승째를 기록해 리디아 고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선두에 올랐다.
쭈타누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멘탈이 약해 아무도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을 정도로 싱거운 대접을 받았다. 실제 그는 드라이버로 320~330야드를 보낼 수 있는 빼어난 장타 능력을 갖추고도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다. 2013년 초청선수로 출전한 LPGA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4라운드 마지막 홀까지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에 2타차로 앞서 우승이 유력했지만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로 무너지면서 허무하게 첫 우승을 놓쳤다.
박인비에게 당한 패배가 트라우마라도 된 듯 쭈타누깐은 LPGA투어에 정식 데뷔한 이후에도 우승을 눈앞에 두고 여러 차례 무너졌다. 그는 지난해 10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의 수모도 당했다. 당시 쭈타누깐의 샷은 ‘중구난방’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였다. 티샷 페어웨이 안착률(56.05%)은 LPGA 최하위권이었고 적중률도 99위(64.9%)에 그쳤다. 제구력이 없는 강속구 투수처럼 장타력은 남달랐지만 똑바로 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겁도 많아 압박감을 받으면 미스샷을 남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쭈타누깐이 화려하게 날아 올랐다. 지난 5월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일군 그는 이후 킹스밀 챔피언십, 볼빅 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여자 골프의 ‘대세’로 떠올랐다.
특히 약점인 멘탈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비결은 ‘미소’였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6ㆍ스웨덴)의 멘탈 코치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샷을 하기 전 억지로 미소를 짓는 ‘프리샷 스마일’을 시작한 것이 그를 변화시켰다. 그는 “샷 하기 전에 미소를 지으면서부터 행복해지고 마음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샷도 안정을 찾았다. 올 시즌 그린 적중률이 19위(71.6%)까지 올랐다. 또 들쭉날쭉 불안하던 드라이버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4라운드 내내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드라이버 없이 출전한 8개 대회에서 메이저 포함 3승을 올렸고 준우승 한 번, 3위 한 번을 차지했다. 2번 아이언으로 260야드를 보낼 정도의 장타자라 3번 우드나 2번 아이언 티샷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장타는 물론, 날카로운 아이언 샷에 심상치 않은 퍼팅 능력까지 장착한 쭈타누깐은 이제 LPGA에서 뿐만 아니라 리우 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 됐다. 이번 대회는 리우 올림픽 개막 전 마지막으로 치른 LPGA투어로 올림픽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쭈타누깐은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세계 랭킹도 6위에서 브룩 헨더슨(19ㆍ캐나다)과 박인비를 제치고 2위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한국은 이번 대회 이미림(26ㆍNH투자증권)이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2위로 선전했고,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8위, 김세영(23ㆍ미래에셋)은 공동 50위에 그쳤다. 전인지, 김세영과 함께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박인비와 양희영(27ㆍPNS창호)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는 공동 40위, 헨더슨은 공동 50위에 머물렀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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