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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년 중임제’는 대안이 아니다

입력
2016.08.0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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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 논의가 정치 안보 이슈와 민감한 사회정치적 쟁점에 가려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과 여당의 비정상적 공천 협박,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문제 등은 각각 별개의 사안이지만 모두 권력구조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 지금의 권력 얼개를 바꾸지 않으면 부조리한 현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행 대통령제의 파행적 요소 때문이다.

5년 단임제가 조기 레임덕의 주범으로 보는 이들은 현 체제의 대안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거론하고, 권력 분산에 강조점을 두면 이원집정부제, 행정부와 국회의 융합을 중시하는 쪽은 내각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은 현재의 5년 임기의 폐해를 3년 더 연장하는 효과만 있을 뿐이며,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의 충돌을 일으킴으로써 정치적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대통령제는 국민의 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행정부 및 국가의 수반으로 권력을 부여받고, 의회도 국민의 선출로 구성됨으로써 각각 일정한 임기를 보장받는다. 정치학자 후안 린츠(Juan Linz)는 대통령제가 내각제와 달리 정치 상황이나 현안에 따른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유연성 부재와 경직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한다. 200여년 전 미국이 채택한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권력남용을 억제하고, 의회의 다수에 의한 전제 가능성을 봉쇄하며, 사법부의 구성을 대통령과 의회가 담당하여 입법ㆍ행정ㆍ사법의 삼권 분립을 전제로 짜여진 제도다. 따라서 권력분립은 대통령제의 핵심구성 원리다.

민주화 이후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민주화와 정치발전의 경험을 반영하여 국회 권능 강화와 대통령 권한 축소를 통한 권력분립적인 상호견제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국무총리 제도,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허용 등 내각제적 요소에 대해 국회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이 입법부의 의제설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가 아니라 삼권 위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로 군림하는 결과를 낳았다.

‘과도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고, 기실 정파적이면서도 편의에 따라 종종 초정파적 존재로 상징화되곤 한다. 여당은 국회의 구성인자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대통령의 실질적인 하부구조로 기능함으로써 자율성이 축소되는 기현상을 낳았다. 대통령과 의회의 대결구도는 국회 내의 여야의 대치로 치환된다. 이는 대통령의 ‘절대권력’만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즉 한국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을 기본으로 하는 순수 대통령제의 현실적 변용(變容)의 수준을 넘는 권력구조로서 ‘절대’ 대통령제(Absolute Presidentialism)를 연상케 한다. 이는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의 문제점 등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대통령제로 평가받는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 대통령제는 국회와 행정부의 생산적 견제와 균형보다는 구조적 갈등과 교착이 고착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부정합에 대한 처방 없이 레임덕 방지를 위한다는 명분에 입각한 대통령 4년 중임 주장은 한국 헌정체계에 대한 인식의 부재 때문이다. 일사불란한 중앙집권적 조직으로 국회에서 대통령의 정책을 관철하는 전위대로 기능해 왔던 여당의 정치문화와 원내중심 정당으로의 구조개혁 등이 전제되지 않는 대통령제의 4년 중임 개헌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임도 내각제와 대통령제 간 어중간한 타협의 소산으로 권력분립을 저해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국회의 신임이 아니라 전적으로 대통령의 신임에 의존함으로써 헌법상 역할을 상실한 국무총리 제도도 헌법 개정 때 폐지해야 할 대표적 요소다. 5ㆍ16 쿠데타에 의해 전복된 제도가 내각제라는 사실도 역사적으로 상기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훨씬 성숙했다.

대통령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이제 깨질 때도 됐다.

최창렬 용인대 중앙도서관장ㆍ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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