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에서 후배 레슬링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광복 이후 한국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양정모(62)의 메달 획득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1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에서 열렸다.
양정모는 “40년이 흘렀는데 저를 잊지 않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하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후배 선수들이 레슬링 종목의 옛 명성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후배와 지인 등 40명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기념행사는 난타와 태극무, 색소폰 연주 등 다양한 축하공연으로 펼쳐졌다. 행사에는 유인탁, 김원기, 하형주, 손갑도 등 과거 레슬링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장인 40계단 일대는 양정모의 고향이자 한국전쟁의 애환이 서린 곳. 6ㆍ25 당시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이 식수나 물품을 이고 지고 오르내렸던 계단이다. 양정모는 40계단에서 체력훈련을 하며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키웠다. 그는 13세 때 호기심에 레슬링을 시작해 50년 동안 레슬링과 인연을 맺고 있다.
양정모의 생가는 40계단 위쪽 300여m 떨어진 곳으로 현재는 집이 허물어져 공터로 남아 있다. 중구는 이곳에 동사무소를 짓기로 했다. 대신 40계단에서 양정모 생가터까지 300여m를 ‘양정모 거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거리는 양정모의 부친이 방앗간을 운영한 곳이기도 하다.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 조폐공사 감독 등을 역임한 양정모는 현재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서 취미인 사진과 서예를 즐기고 있으며, 재능기부 공동체인 ‘희망나무커뮤니티’이사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양정모는 1976년 8월 1일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급 결승리그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몽골의 제베그 오이도프에 패했으나, 미국의 존 데이비스를 꺾어 1승 1패 동률을 이뤄 벌점이 적은 순으로 순위를 매기는 규정에 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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